격화된 홍콩 ‘송환법’ 시위, 시진핑 권위 시험대 오르나…트럼프 ‘민주주의 바라는 것’ 옹호

입력 2019-07-02 16:33
뉴시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사상 처음으로 입법회 점거 시위를 벌이면서 홍콩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잠잠하던 중국 관영매체가 다시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들은 민주주의를 바라고 있다”며 반정부 시위를 옹호했다. 홍콩 시위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콩의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대해 “나는 그들 대부분이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불행히도 일부 정부는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더 나은 것은 없다”면서 홍콩 사태에 대해선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국이 폭력 사태로 규정한 홍콩 시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거론하며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은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홍콩 문제를 쟁점화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송환법 추진 반대의사를 밝혔던 미국 국무부는 “홍콩의 성공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인 집회 등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존중과 법치주의에 입각하고 있다”며 양측에 폭력자제를 촉구했다.

홍콩 반환 22주년인 1일 시위에서는 홍콩 시민 55만여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송환법 철회와 캐리 람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54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3명은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시위대는 의회인 입법회 건물 입구를 부수고 회의장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들은 2일 새벽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자 의회를 빠나갔다.

케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새벽 4시(현지시간)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회 건물에 몰려가 극단적인 폭력과 파괴 행위를 한 것을 엄중하게 비난한다”며 법률 파괴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평에서 “극단적인 급진 세력이 홍콩 반환일 당일 오전 국기게양식 등 행사를 방해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입법회를 둘러싸고 공격했다”며 “이는 완전히 폭도 행위와 같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이들의 폭력 행위는 홍콩의 법치를 멸시한 것이다. 이들은 전체 홍콩 사회의 이익과 마지노선을 유린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인민일보, 신화통신, 중앙(CC)TV 등 주요 관영매체들은 홍콩 반환 기념식만 집중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홍콩의 시위는 스트롱 맨 시진핑에 대한 개인적인 도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홍콩 시위가 시 주석의 독재적인 통치에 대한 개인적인 도전을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마오쩌둥 전 주석 이래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홍콩 시위가 그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시 주석이 홍콩 시위에 개입하지 않을 경우 ‘스토롱맨’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어 압박을 주고 있다면서 “홍콩의 위기가 심화하면 중국 지도자들이 30년전 천안문 사태때처럼 폭력에 의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