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일 독립기념일에 최첨단 무기 전시와 에어쇼 등을 포함한 대규모 행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북한,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 국가들처럼 열병식을 열고 싶어 했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도 비용 문제는 물론, 무거운 군 장비가 인근 건물의 안전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기념식에 참석해 몇 마디 연설을 할 것이고 우리 머리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게 할 것”이라며 “비행기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탁월한 전투기도 포함돼 있다. 또 바깥에는 전차를 세워 전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독립기념일 대국민 연설에서 전차와 전투기 등 군 장비를 대규모로 동원토록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향한 경례(A Salute To America)’로 명명된 행사에는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과 전용 헬기 ‘마린 원’, F-35 스텔스 전투기가 참여한다. 미 해군 곡예비행단 ‘블루 엔젤’의 에어쇼도 펼쳐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장인 링컨기념관 인근에 전차를 세워 전시하는 방안을 강하게 밀어였다고 한다. 이에 사적지 보존을 담당하는 국립공원관리청 측은 무거운 전차가 링컨기념관을 훼손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난색을 표시했다고 미 정부 관리가 전했다. 미군 주력전차인 M-1 에이브럼스는 대당 무게가 60t에 이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링컨기념관 인근에 전차를 세워둘 경우 지하 시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밀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전차 전시는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차와 관련해서는 매우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곳은 무거운 전차가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그래서 전차를 특정 지역에 세워만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곳에서 최신형 셔먼 전차와 에이브럼스 전차를 선보일 것”이라며 “우리는 아주 놀랄 만한 최신 군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아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전차는 현용 미군 주력전차이지만 셔먼 전차는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 때 쓰이고 퇴역한 장비다. 트럼프 대통령이 셔먼 전차를 ‘최신형(brand new)’이라고 언급한 건 착오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파리 프랑스대혁명 기념일 열병식을 관람한 뒤 미국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열고 싶다는 뜻을 자주 피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재향군인의 날 행사 때 열병식을 열려 했으나 백악관이 예상한 금액보다 3배 많은 9200만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취소했다. 군 열병식이 북한,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적 체제에서 주로 개최하는 행사라는 점도 미국인 입장에서는 거부감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