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하기 참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최근 자주 나오는 말이다. 지난 4월 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선거제도 개편 등 쟁점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충돌로 국회를 뛰쳐나갔던 자유한국당을 겨우 불러들여 국회를 정상화했더니, 정의당·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 등 야 3당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교체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현 상황을 빗댄 말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2일 민주당을 향해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 특위 활동 기간이 종료되기 전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 3당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여야 4당 공조로 만들어온 선거제도 개혁을 책임 있게 완수하고자 하는 의지와 방도를 밝히기 바란다”며 “그 의지의 출발점은 정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맡아 특위를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과 평화당은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국회 정상화 합의 이후 민주당을 향한 비판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다시 ‘더불어한국당’이라는 기이한 단어를 듣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정개특위 위원장 교체에 대해 향후 어떤 복안과 의지가 있는지 국민 앞에 하루빨리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현 평화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무늬만 개혁정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개혁 성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며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우군이었던 정의당과 평화당의 거센 반발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당 일각에선 정의당이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애초에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에게 특위 위원장을 맡게 해준 것부터가 엄청난 배려였다”며 “정의당은 자신들이 배려받았던 것은 잊고,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정개특위 위원장을 내려놓는 문제에 대해서도 사전 교감이 충분히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원장 교체에 대해) 논의를 안 한 게 아니다”라며 “진실공방으로 가면 본질이 흐려진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과 정의당은 미묘한 관계를 지속해왔다. 정의당은 문 정권의 적폐청산 등 개혁 이슈에서는 보수야당으로부터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까지 들으며 협력해왔지만 노동정책이나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대안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키우려고 했다. 실제로 정의당은 문 정권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수록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다만 현재 균열이 개혁 전선의 해체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의석수 128석의 민주당은 여소야대 정치지형 속 야 3당과의 공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정의당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의당이 지금 여당을 강하게 공격하는 것 역시 지지자 결집용이면서, 동시에 민주당이 사개특위 위원장 대신 정개특위 위원장을 선택하게 하려는 압박용”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여전히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위원장 중 어떤 위원장을 맡아야 할지 고심 중이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빠르면 이번 주 목요일 전후로 의원총회를 열어 정개특위나 사개특위와 관련한 당내 의견을 모을 것 같다”며 “오늘 상임위 간사단과 원내대표단 간 오찬 간담회에서 (특위 위원장에 대한) 각자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신재희 박재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