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평화시위’에도 남은 건 수백명 ‘폭력시위’…홍콩시위 분열

입력 2019-07-02 15:42 수정 2019-07-02 16:11
AFP연합

홍콩 시위대의 입법회 청사 점거라는 초유의 사태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선 수십만명의 시위대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철회 등을 요구하며 평화시위를 했다. 소수의 과격시위가 대규모 평화시위를 지웠다는 비판은 물론, 폭력시위가 수세에 몰린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반격 기회를 줬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등 내부 분열도 감지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대부분의 시위대가 평화로운 행진을 진행했지만 이날 지배적 이미지는 입법회를 침입한 소규모 시위대였다고 보도했다. 홍콩 주권반환 기념일인 이날에는 실제 대다수 시민들은 송환법 철회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 등을 요구하며 평화로이 거리를 걸어나갔다.

홍콩 주권 반환 22주년을 맞은 1일(현지시간)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완전 철폐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거리를 메우고 있다. AFP연합

하지만 이날 가장 각인된 이미지는 시위대가 쇠창살과 철제카트 등을 동원해 유리문을 깨고 입법회 내부까지 점거한 모습이었다. 젊은층으로 구성된 일부 과격 시위대는 주권반환 기념일 행사 저지를 위해 새벽부터 도로를 점거했고 이를 해산하려는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액 스프레이와 곤봉 등으로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수십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NYT는 극명하게 분할된 두 개의 시위는 과거 영국 식민지의 분열이 시위대와 친중정권의 갈등뿐만 아니라 시위대 간의 대립도 보여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과격시위로 인해 중국이 홍콩을 더 엄격히 통제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 정치학자인 장 피에르 카베스탄은 “이제 베이징(중국 본토)은 (홍콩과) 타협하지 않아도 될 좋은 구실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홍콩 소셜미디어에는 시위대가 비폭력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번 폭력시위가 송환법을 강행하려다 되려 정치적 위기를 처한 람 장관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람 장관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에서 “극단적인 폭력으로 홍콩 법질서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쳤다”며 “매우 분노하고 슬픔을 느끼며, (폭력시위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2일 새벽 경찰청 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격시위의 이면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중국과 타협하는 데 너무 열심이고, 결국 공산당이 홍콩의 자유를 잠식하도록 허용해왔다고 본다고 NYT는 분석했다.

에밀리 라우 전 의원은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지지하지 않지만 왜 사람들이 폭력을 행사하는지 이해할 수는 있다”며 “그들은 너무 좌절감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비폭력은 실패했고 홍콩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보다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시위대를 조력한 나탈리 펑은 “지난 몇 번의 시위에서 우리는 너무 평화로웠기 때문에 경찰은 우리가 쉽게 당할 거라 생각한다”며 “청년들은 우리를 위해 그들의 안전과 미래를 거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