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진 이명희에 “진정으로 뉘우치는지 의심 간다”

입력 2019-07-02 15:33 수정 2019-07-02 16:23

한진그룹 일가의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 모녀가 필리핀 국적의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2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60시간도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게는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이들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 대한항공 법인은 벌금 3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1심 선고 형량은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수준이다. 검찰은 지난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이사장에게 벌금 3000만원, 조 전 부사장에게 벌금 1500만원, 대한항공 법인에 벌금 30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안 판사는 “벌금형은 비난 가능성에 상응하는 형이라 보기 어렵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불법고용을 인식하고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귀국시킨 것처럼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은 정황이 있다”며 “피고인이 진정으로 뉘우치는지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모녀는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초청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전 이사장은 6명, 조 전 부사장은 5명의 가사도우미를 각각 불법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필리핀에서 가사도우미를 선발한 뒤 ‘현지 우수직원으로서 본사의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한다’고 꾸며 일반연수생 비자(D-4)를 발급받았다.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3일에도 대한항공 여객기로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3700만원과 6300만원 추징도 각각 명령받았다.

이 전 이사장은 이외에도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을 폭행한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