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왕벚나무 잎이 빨리 진 이유는 ‘구멍병’

입력 2019-07-02 15:25
구멍병 생긴 나무. 국립생태원 제공

전남 구례군 왕벚나무 가로수 잎이 빨리 지는 것은 구멍병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2017년 10월부터 최근까지 구례군 왕벚나무 가로수의 조기낙엽 현상을 연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구멍병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북미 대륙의 벚나무·복숭아나무 등 과일나무류에서 주로 발생하는 병해다. 곰팡이 또는 세균에 의해 잎에 작은 갈색반점이 생기다가 구멍이 뚫린다.

구례군에는 왕벚나무 봄꽃 축제 때 매년 약 9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나 최근 수년 동안 왕벚나무의 잎이 빨리 지면서 9월에도 앙상한 가지가 드러나 지역현안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국립생태원은 구례군의 조기낙엽 진단을 위해 왕벚나무로 유명하고 단풍 시기가 구례군과 유사한 제주도를 선정해 두 지역의 잎이 지는 시기와 조기낙엽 진단 및 원인 규명 등을 조사했다. 낙엽 비율이 90% 이상인 시기는 구례군이 제주도보다 약 한 달 빨랐다.

국립생태원은 또 왕벚나무 잎이 빨리 질수록 가지당 꽃눈 수와 가지생장량이 이듬해 절반가량 감소하는 것도 확인했다. 올 4월 기준으로 조기낙엽 비율이 낮은 개체의 구례군 왕벚나무 꽃눈 수는 가지당 15개였으나 지난해 10월 초 낙엽이 평소보다 4주 정도 빨리 생긴 나무는 이듬해 꽃눈 수가 절반 가령 줄어든 4~7개로 나타났다. 가지생장량도 평균 26㎝에서 12~20㎝로 줄었다.

국립생태원과 구례군은 지난해 5월부터 3개월간 구례군 왕벚나무 총 94그루에 구멍병을 치료할 수 있는 친환경 살충제를 살포해 조기 낙엽이 2주 정도 지연되는 것을 확인했다.

국립생태원은 지속적으로 구례군 및 지역주민과 협조하여 조기낙엽 발생 해결을 위한 최적관리방안 모색을 위한 추가 실험연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