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미국 내에선 북한 ‘핵 동결론’이 부상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핵 동결은 추가 핵 개발을 금지하는 조건으로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하향조정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부인했으나 미국이 ‘골대’(목표)를 옮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지난 주말 가졌던 만남은 훌륭했다”면서 “그는 정말 좋아 보였고, 매우 건강해 보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건강을 언급한 이유는 판문점 정상회담을 취재했던 미국 기자가 “김 위원장이 폐기종 환자처럼 가쁘게 숨을 쉬었다”고 전한 것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 팀이 향후 매우 장기적이고 지속적이었던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서두를 것이 없다”면서도 “나는 궁극적으로 목표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보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차기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희망을 내보였다. 또 이달 중순쯤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한 비핵화 해법을 모색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면서 “서두를 것이 없다”면서 속도조절론을 재차 강조했다.
백악관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역사적인 순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다’는 제목으로 판문점 정상회담의 동영상을 올렸다. 32초 분량의 이 동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김 위원장과 악수를 하며 함께 북한 땅을 밟는 장면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핵 동결론이 제기되면서 북핵 회의론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 트럼프 행정부 일부 관리들이 북핵 문제의 새로운 접근법으로 핵 동결을 검토한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핵 동결만 이뤄져도 2020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 동결은 북한의 핵 보유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NYT 보도를 즉각 부인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어떤 국가안보회의 참모도, 나도 북한 핵 동결을 위한 논의를 했거나 이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도 “완전한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큰 양보를 하고 적은 대가를 요구할지도 모른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한 비핵화에서 핵 동결로 골대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비핵화 과정이 멀고 험난하다는 점을 감안해 중간 단계로 핵 동결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