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동남권 신공항 총리실 재검토에 국토부 속앓이

입력 2019-07-02 14:49 수정 2019-07-02 16:07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부·울·경 광역단체장(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은 지난달 20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적절성을 검증하는 작업을 국무총리실로 이관하는 데 합의했었다. 김 장관,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함께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게 적정한지 검토할 방침이다.

이날 김 장관과 각 단체장은 합의문을 발표하며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를 지켜본 국토부 공무원들 표정은 어두웠다. 그동안 김해공항 확장안을 마련하고 대응논리를 세우면서 최대한 합리적으로 판단을 내리려고 했지만, ‘총리실 검증 결과’에 따라 그동안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과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은 전적으로 총리실 판단에 맡기겠다고 합의했다. 때문에 국토부가 내놓은 ‘김해공항 확장안’까지 엎어질 수 있다.

국토부는 총리실 검증 과정이 김해공항 확장안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다만 일부 공무원들은 국토부 장관이 정치권 요구에 휘둘려 국토부 공무원들을 ‘패싱’하는 모습처럼 비춰져 불만이라고 토로한다. 한 국토부 공무원은 2일 “정치권에서 불만을 제기하면 일부 작은 정책을 재검토하는 사례는 봤었다. 하지만 동남권 신공항 건설 같은 큰 정책까지 일관성을 깨고 재검토하는 건 담당부처 공무원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국토부는 김해공항 확장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합의문 발표 직후에 “김해공항 확안안으로도 동남권 관문공항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총리실 검토를 통해 일부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말했었다. 김 장관은 지난 26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동남권 신공항 후속 작업을 하려면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 협조가 필요해 총리실에서 기술적 쟁점들을 논의하기로 했다.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아니다. 총리실에서 재결론을 내릴 일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총리실 재검토에 반발하면서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 드는 모양새다. 변수는 국토부 장관 교체다. 국토부 안팎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조만간 김 장관이 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재검토에 합의한 김 장관이 총리실 검토작업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국토부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후임 국토부 장관이 정치인 출신인지, 어떤 성향인지에 따라 총리실 검증 결과가 당초 국토부 입장과 정반대일 수도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