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한국지역난방공사 열 수송관 이상 파악하고도 방치

입력 2019-07-02 14:05 수정 2019-07-02 15:52
지난해 12월 4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관 파열 사고로 주변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공사)가 열 수송관 손상 등을 확인하고도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 수송관 이상 징후 파악을 돕는 감시시스템을 구축·운영하면서도 감시를 포기한 것이다. 지난해 말 경기도 일산에서 열 수송관 파열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재발 방지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4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관 파열 사고로 주변에 수증기가 가득 차 있다.

감사원은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사는 손상 등 열 수송관 이상 징후를 사전에 알 수 있는 ‘열배관 감시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감시에 소홀했다. 이 시스템은 열 수송관 보온재 내부에 감지선을 설치, 누수 등 이유로 감지선이 끊어지면 이상 신호가 울리게 돼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 5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 사고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공사가) 특정 감시 구간에서 이상 신호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복구하지 않았다”며 “이후 해당 구간에 대한 감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미감시’ 구간으로 분류하고 감시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기준 총 8623개 구간 중 2245개(26%) 구간이 공사 감시시스템을 통해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미감시’ 구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1993년 이전에 열 수송관을 설치한 지역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했는데, 총 3919개 구간 중 1908곳(49%)이 상태 확인이 불가능했다. 감사원은 “감시시스템을 활용해 열 수송관을 제때 보수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또 공사가 시험기관으로부터 받은 열 수송관 잔여수명 평가 결과를 인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잔여수명 기간을 늘렸다고 지적했다.

앞서 공사는 열 수송관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2010년 7월 독일의 한 연구소에 실제 매설된 열 수송관을 절단해 만든 24개 샘플을 보냈다. 이 중 11개는 기대수명이 40년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고, 일부는 지난해 이전 수명이 종료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공사는 이 같은 평가가 불합리하다고 결론을 내린 뒤 결과를 수정, 열 수송관의 기대수명을 모두 40년 이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감사원은 “공사가 자체적으로 열 수송관 기대수명을 40년으로 평가했지만 확인 결과 일부 기대수명은 설계수명인 30년에도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밖에 공사는 열 수송관 관련 경력이 없거나 기준에 미달되는 인원 4명을 점검원으로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