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에 외벽 탄 은명초 별관, 교육청 ‘가연재 명단’에 없었다

입력 2019-07-02 10:44
검게 그을린 은명초 외벽. 연합뉴스

교육 당국이 최근 대형 화재가 발생한 은명초등학교 건물 외벽에 가연성 마감재인 드라이비트가 시공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이 1일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에 제출한 ‘서울시 드라이비트 사용 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응암동 은명초는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된 건축물을 보유한 서울 시내 419개교(유치원, 초·중·고, 특수학교)에서 누락돼 있다.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서울에서 드라이비트가 사용된 건물이 있는 학교는 전체 1363곳 중 419곳(30.7%)이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실시한 소방 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합동 감식 결과에서 은명초 외벽에 드라이비트, 알루미늄 복합 패널, 벽돌 등이 외장재로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 당국은 특히 전소된 별관 5층 전체에 드라이비트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은명초 5층짜리 별관 외벽은 화재 발생 3분 만에 타들어갔다.

2015년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 후 드라이비트 처리돼 종잇장처럼 벗겨진 아파트 외벽의 흔적. 이 화재로 약 170명 주민 중 4명이 숨지고 126명이 부상당했다. 뉴시스

드라이비트는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시멘트를 덧바른 마감재다. 불에 쉽게 붙고, 불에 타면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드라이비트는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지난해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확산의 주요 원인 물질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마감재 기록 누락에 대해 실수라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은명초 외벽에는 주로 붉은 벽돌이 사용됐고 알루미늄 복합패널과 드라이비트, 미송나무가 포함됐다”며 “자료 입력 당시 주요 자재만 입력하다 보니 드라이비트 사용 내역이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안전과 홈페이지에 개시된 외벽개선 사업 알림. 교육청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50여개교를 선정해 드라이비트 제거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향후 5년간 750억원을 들여 드라이비트가 시공된 학교 건물 250곳의 외벽을 다른 자재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추진 중이다. 그러나 드라이비트 사용 학교를 누락하는 문제가 드러나면서 현황 파악부터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병원, 학교, 3층 이상의 신축 건축물에 대해 드라이비트와 같은 가연성 외부 마감재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건축물 화재 관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건축주에 대한 이행강제금도 지금보다 최대 3배 높이기로 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