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딸 아들도 장손…’ 인권위, “‘장남의 장남’만 장손으로 보는 건 차별”

입력 2019-07-02 12:00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독립유공자 장손(손자녀)의 자녀에 대한 취업지원 시 장손을 ‘장남의 장남’ 으로 보는 것은 차별로 판단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국가보훈처에 성평등에 부합하도록 구제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장손’의 개념을 기존의 호주제에 근거한 ‘호주승계인’, 남성으로 한정하는 것은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로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주제가 폐지되고 가족의 기능이나 가족원의 역할분담에 대한 의식이 현저히 달라졌다”며 “가통(家統)의 정립이 반드시 남계혈통으로 계승되어야 한다는 관념에 의거해 장손의 개념을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한 진정인이 독립운동가의 맏딸의 아들은 장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국가보훈처의 해석이 잘못된다는 진정을 제기해 시작됐다. 국가보훈처의 편협한 해석에 따라 독립유공자의 증손자인 본인이 취업지원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장손’은 사전적 의미와 사회관습에 근거하여 ‘장남의 장남(1남의 1남)’으로 보는 것이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의 개정 연혁과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재결례를 근거로 ‘장손’이란 호주승계인을 대체하는 개념으로서 명칭만 변경된 것이므로 ‘장남의 장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호주제 폐지와 관련해 “호주제는 가족 내에서의 남성의 우월적 지위, 여성의 종속적 지위라는 전래적 여성상에 뿌리박은 차별”이라며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어 “가족제도에 관한 전통과 전통문화란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의 평등에 반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 장손(손자녀)의 자녀에 대한 취업지원 시 성평등에 부합하도록 진정인과 같은 경우 구제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