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일 이정미 정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통과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에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요구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어렵사리 이뤄낸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합의에 찬물을 끼얹는 월권행위”라며 손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기자회견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다며 “어렵사리 합의한 교섭단체 정신을 또 깨는 기자회견이 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선거제도 개혁안을) 통과시키고 싶은 정의당에 왜 바른미래당이 얹혀서 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인정하다시피 한국당과 함께 선거제 개혁을 이뤄내지 않으면 도리어 선거제 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 바라보는 시각과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오 원내대표의 만류에도 손 대표는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손 대표는 “민주당이 심상정 의원에 대해 예우를 갖추라고 한 것”이라며 “오 원내대표가 중재를 열심히 했다는 건 알지만,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한국당의 떼쓰기에 굴복한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전날 “민주당에서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그 자리를 심 의원에게 다시 양보하는 결단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었다.
바른정당계 의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혁신위원회 출범 하루 만에 지도부와 엇박자를 낸 모양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이 이젠 정의당의 2중대 것인가. 정말 자괴감이 든다”며 “굳이 정개특위 위원장이 걱정되면 바른미래당 의원이 맡아야 한다고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의 발언은 부적절한 해당 행위다. 즉각 이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지상욱 의원도 페이스북에 “손 대표는 대체 어느 당 소속 대표자냐. 오 원내대표의 권한마저 이래라저래라 밖에다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며 “바른미래당의 혁신 1순위는 해당 행위를 자행하고, 수시로 밥 먹듯이 당헌·당규를 파괴하는 손 대표의 퇴진”이라고 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