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지난 1일부터 직원들의 반바지 차림을 허용했다. 첫 날 민관협치과에서 근무하는 구자필(48) 주무관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해 ‘경기도청 반바지 공무원 1호’가 됐다.
구 주무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들 시선이 불편해서 못하는 게 아니라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조직의 보수성이 문제가 아닐까 한다”며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부터 변해보려고 한다”고 반바지 차림에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이날 경기도청에서 반바지를 입은 공무원은 거의 없었다. 첫 날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본격적인 폭염 기간이 아니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앞서 경기도는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한 공무원의 제안을 계기로 공무원과 도민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를 거쳐 7~8월 반바지 착용을 시범적으로 허용한다고 공지했다.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가한 도민 80.7%, 직원 79%가 반바지 근무에 찬성했다.
경남 창원시에서도 3일 반바지 차림 공무원이 등장할 예정이다. 창원시는 7~8월 매주 수요일을 ‘프리 패션 데이’로 정해 반바지 차림 등 자율복장을 허용했다. 에너지 절약, 업무 능률 향상 등이 명분이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프리 패션 데이’가 처음 시행되는 3일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겠다고 밝혔다.
여름철 공무원 반바지 근무는 지난 2012년 서울시가 처음 시작한 후 수원시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반바지 차림을 선보였다. 그래도 서울시청 안에서 반바지 차림 공무원을 만나기는 여전히 어렵다. 공무원들은 시청 안에서만 근무하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거나 회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반바지 차림을 선택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지난해 여름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고 행사에도 참석했다.
올 여름 반바지 실험에 가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원하는 직원은 반바지 같은 간편 복장을 허용한다는 것일 뿐 제가 입겠다는 건 아닙니다”라며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