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1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배후로 추정되는 테러가 발생해 최소 34명이 사망하고, 68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참사 현장에서는 아프간 정부군과 반군조직 탈레반 간의 총격전이 이어졌다.
로이터통신과 신화통신 등은 이날 오전 9시경 카불 시내 국방부 청사 인근에서 대형 폭발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건물 주변의 트럭에 실려 있던 폭발물이 터지면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고 인근 건물들이 흔들렸다. 사고 당시 수도 거리는 통근자들로 가득했고, 근처에는 스포츠경기장과 주거용 아파트단지, 정보문화부 시설들이 있었다. 폭발의 여파로 한 사립학교 유리창이 파손되면서 학생들도 부상을 입었다.
목격자들은 일부 무장세력이 국방부 인근에서 폭발물을 실은 차량을 폭파시키면서 폭발음이 사무실 건물을 뒤흔들었고 이후 공사 중인 건물로 진입해 총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폭발 발생 이후 군과 관계 당국이 해당 지역의 주변 도로를 봉쇄했다. 주요 건물의 출입 보안도 강화됐다.
탈레반은 사고 후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했다. 자비울라 마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무장세력이 카불 소재 군 기지를 노린 차량폭탄 공격으로 기지를 파괴했고, 많은 보안군 사상자를 냈다”며 이번 공격이 민간인이 아닌 정부군 병력을 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탈레반이 민간인을 공격했다. 이는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날 폭발은 미국과 탈레반이 지난 29일부터 탈레반의 대외창구 사무소가 있는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제7차 평화회담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양측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외국인 병력 철수, 대테러 방지 대책, 포괄적 휴전, 평화정착을 위한 아프간 내 협상 개시 등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이번 협상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