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여전사’ 나경원 VS 박영선, 웃으며 신경전

입력 2019-07-01 19:52

여야의 신·구 여전사라 할 수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마주 앉았다. 국회가 80여일 만에 정상화되자 박 장관이 지난 4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나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4선 의원 출신 장관과 4선의 야당 원내대표 간의 회동은 서로 웃는 얼굴로 진행됐지만 경제 진단, 최저임금 문제 등을 놓고 은근한 신경전도 감지됐다.

나 원내대표는 “장관님이 늘 당당한 활동을 했고, 국회에서 항상 당당한 목소리를 내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진작 축하를 해 드리고 싶었는데 이제야 만났다”며 인사를 건넸다.

그는 “지금 경제 지표는 ‘볼 것도 없다, 그냥 최악이라 얘기하면 된다’고 할 정도로 나쁘다.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데 역할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박 장관이) 인사청문회 때 최저임금은 동결 수준의 인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 너무 반갑더라”라며 “저와 힘을 합쳐 당당한 목소리를 내서 최저임금 동결 또는 동결 수준을 이끌어 내자”고 제안했다.

이에 박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경제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동결 수준에 가깝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말했다”면서도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늘 상황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박 장관은 “야당 원내대표 하기가 쉽지 않죠?”라며 화제를 돌렸다. 그러면서 “야당 원내대표의 지속적인 비판이 꼭 승리로 연결되는 것 같지 않다. 비판할 때는 하고, (정부가)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하면 더 훌륭한 원내대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박 장관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원내대표를 지내 ‘야당의 여성 원내대표’라는 점에서 나 원내대표의 선배 격이다. 박 장관은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둘러싸고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혀 취임 5개월 만에 사퇴했었다. 이날 발언은 지난달 24일 국회 정상화 합의문 추인 불발로 역시 리더십에 상처 입은 나 원내대표에 대한 유경험자로서의 훈수 성격도 있는 셈이다.

나 원내대표는 “그 부분은 언론 탓을 해야겠다. 대통령 칭찬하는 말씀을 한 마디해도 잘 기사가 안 되더라”며 “결국 저희 비판이 국민에게 공감되는 이야기가 중요하고 국민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하는 게 야당의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 중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함께 박 장관의 임명 철회를 끝까지 촉구했었다. 문 대통령이 박 장관 등의 임명을 강행하자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민심을 거스르는 오기 임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