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정사’ 빌미로 퇴직금 뜯어낸 꽃뱀 공갈단

입력 2019-07-01 18:14

‘혼외정사를 구실로 퇴직금을 뜯어내자’

퇴직금을 노리고 지인을 꽃뱀으로 접근시켜 성관계를 맺게 한 뒤 거액을 갈취한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주범 A(55)씨는 꽃뱀 역할을 할 20대 여성과 가짜 남편, 해결사 역할자를 섭외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6000만원을 ‘합의금’ 명목으로 뜯어내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쇠고랑을 차고 구속됐다.

꽃뱀 공갈단을 모의한 총책 A씨는 올 초 성인오락실에서 안면을 튼 B(53)씨로부터 귀에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10여년 동안 알고 지내온 선배 C(59)씨가 거액의 정년 퇴직금을 받아 보관 중이라는 것이었다.

A씨는 퇴직금을 뜯어낼 방법을 고민하다가 젊은 여성을 일명 꽃뱀으로 접근시키기로 마음먹고 이를 실행할 여성(29)과 가짜 남편 역할을 할 남성(47)을 섭외했다.

선배 C씨를 유혹해 잠자리를 갖도록 하기 위해 이들은 지난 4월 2주간 합숙까지 하며 각자의 역할을 익혔다.

잠자리를 가지는 현장을 가짜 남편이 급습해 퇴직금을 뜯어내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철저한 연습을 마친 이들이 미리 짠 각본에 따라 구체적 행동에 들어간 것은 지난 5월 10일.

“퇴직 후 심심할 텐데 예쁜 여자가 있으니 한번 만나보세요”

A씨 등이 쳐놓은 덫에 정년퇴직 이후 무료함을 달래던 C씨는 그만 걸려들고 말았고 모텔 현장을 급습한 가짜 남편에게 협박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가짜 남편은 더 나아가 같은 달 19일 오후 A씨가 꽃뱀 역할을 한 젊은 여성과 성관계를 갖기 위해 두 번째 투숙한 광주 서구 한 숙박업소 객실에서 C씨를 1시간 넘게 감금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혼외정사를 부인과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합의금을 요구해 다음날 현금 6000만원을 손에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A씨 등은 돈을 받은 직후 광주 한 모텔에 다시 모여 역할에 따라 1000만~2500만원을 나눠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범행 직후 은신에 들어간 A씨 등 3명을 지난달 23~25일 서울과 부천 등에서 잇따라 붙잡아 공동감금 및 공동공갈 혐의로 구속하고 달아난 가짜 남편을 추적 중이다.

경찰은 A씨 등이 경찰 수사를 따돌리기 위해 타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설해 사용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