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의 ‘깜짝 회담’, 한국 국가신용도 끌어올리나

입력 2019-07-01 18:13


북·미 정상의 ‘깜짝 회담’이 한국의 국가신용도 상승에 호재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었다는 물밑 평가가 나온다. 국가신용도가 오르면 해외직접투자를 유치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휴전으로 접어든 상황까지 더해져 한국 경제에 ‘단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라는 새로운 악재가 걸림돌이다.

정부 관계자는 1일 “북·미 정상의 깜짝 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차츰 걷힐 것으로 본다”며 “대외신인도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평가구간 중 상위 3번째인 ‘Aa2’ ‘AA’로 각각 평가하고 있다. 피치는 4번째로 높은 ‘AA-’ 등급을 주고 있다. 다만 더 오르지는 않고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중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지정학적 위험이다. 북한과의 군사 충돌이나 북한 정권 붕괴 가능성 등 한반도의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우려가 여전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회담은 기류를 바꾸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위협’이 줄어들었다는 방증으로도 읽힐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 무디스, S&P,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담당 임원들과 만나 한반도 지정학적 긴장 완화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충분히 반영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가 관세 부과 잠정중단,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한 점도 호재다. 정부 관계자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화웨이(중국 통신장비 업체)’ 관련 언급을 일절 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단, 일본의 대한(對韓)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가 변수로 떠올랐다. 얼마나 발목을 잡을지 아직 예측할 수 없다. 여기에다 일각에선 한반도 상황을 벌써 낙관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한다. 최장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북·미가 비핵화와 관련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커졌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면서 “북·미 간 실무협상을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