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밀착 취재한 한 미국 방송기자가 “가까이서 지켜본 김 위원장은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가는 폐기종 환자마냥 헐떡거렸다”고 말했다.
미국 폭스뉴스의 터커 칼슨 앵커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역사적인 비무장지대(DMZ) 회동을 지난 29~30일 지켜본 뒤 취재기를 내놨다.
칼슨은 김 위원장의 거칠고 고르지 않은 숨소리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을 모욕하려고 하는 소리는 아니다”면서도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씨근거리는 소리를 냈다”고 설명했다.
칼슨은 “물론 역사적인 순간이 김 위원장의 숨을 가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내가 의사도 아니고 틀렸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내가 받은 그의 첫 인상은 ‘이 사람이 건강이 좋지 않구나’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칼슨은 그럼에도 김 위원장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은 그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강인한 성격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여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지닌 잔학성을 찬양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며 “그가 김 위원장을 유능하고 단호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80세가 넘은 장성들이 지배계급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를 3대째 이끌고 있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강인함을 존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칼슨은 두 정상이 만난 DMZ는 “이 세계의 끝” 같았고,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걷다가 국경 분계선에 다다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묘사했다. 그는 “그 순간, 김 위원장은 내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서 있었다”며 “정말 기묘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봤던 어떤 순간보다 행복해보였다”며 “그러한 성과는 그의 남다른 사고방식이 아니었다면 이전에는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칼슨은 “북한 정권을 옹호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북한 정권은 이 세계의 마지막 ‘스탈린정부’와 같다. 매우 혐오스러운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는 대개 악한 사람과 위대한 사람 사이의 선택이 아닌 나쁜 사람과 덜 나쁜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문제를) 그런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덜 감상적이고 더 현실적이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 후 백악관으로 돌아와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3일간 너무 많은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 썼다. 그는 “많은 것이 성취됐다”며 “적어도 대부분은 미국을 위해 굉장한 일들”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