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지주사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형 조직개편’이 활발하다. 너도나도 ‘원팀’을 외치고 있다. 부문별로 유사하지만 계열사에서 따로 관리하던 사업들을 컨트롤타워(지주사) 아래에 하나로 묶는 식이다. 지주사의 조직통합에는 절실함이 배어 있다. 편의성을 높여 고객 유치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생각과 계열사 간 융복합을 바탕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우리금융지주는 1일 사업총괄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각 계열사(우리은행·우리카드·우리종금)에서 운영 중인 자산관리, 글로벌, 기업투자금융(CIB), 디지털부문 등 4대 사업부문을 그룹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경영기획본부는 경영기획총괄로 부서명을 바꿨다. 경영기획총괄 산하엔 연금기획부를 신설해 계열사의 모든 퇴직연금 부문을 책임진다.
우리금융지주는 사업총괄제를 시행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조직 통합에 전력을 기울였다. 지난달 우리종금 기업금융(IB)부문과 은행 IB부문을 합쳐 직원 100명 규모의 기업투자금융 총괄팀을 만들었다. 지난 4월 새로 만든 지주사의 디지털혁신부를 확대 재편해 그룹 전체의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에다 우리금융지주는 계열사 간 물리적 거리도 줄인다. 그야말로 원팀(One Team)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다음 달까지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는 남산센트럴타워를 인수해 흩어져 있는 계열사들은 한 건물로 모을 계획이다.
‘원팀 구축’은 이미 금융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그룹 내 디지털·정보기술(IT)·데이터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디지털혁신부문과 보험 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KB생명보험의 시너지를 높이는 보험부문도 지주사에 만들었다. 지난 5월엔 KB금융지주,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등에 쪼개져 있던 연금기획 업무를 관리하는 연금본부를 신설했다. 성격은 유사하지만 각 계열사에서 따로 운영되던 사업을 한데 묶어 기술이나 정보를 공유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4월 퇴직연금사업을 전면 개편하는 사업부문제를 출범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이 따로 운영하던 퇴직연금사업을 지주사의 퇴직연금부문에서 관리하게 만들어 협업의 기반을 깔았다.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회장이 의장을 맡고 계열사 임원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혁신금융협의회를 지난달 9일 만들었다. 그룹 전체에서 창업·벤처기업 지원을 지휘하는 역할이다.
금융지주들은 조직을 통합하면 계열사별 고객의 특성을 종합해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춘 신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본다. 고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통합점포가 단적인 예다. KB금융지주는 현재 68개 통합점포를 운영 중이다. 은행와 증권 업무를 통합점포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직 통합이 무리한 상품 판매 경쟁으로 이어져 고객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키코(KIKO) 사태’를 사례로 들며 불완전판매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은행에 오는 고객은 공격적인 투자보단 안정적인 자산운용 상품을 추구하는 소비자인데, 증권사와 협업한 고위험 투자상품을 은행이 억지로 판매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금융 당국과 지주사가 소비자 보호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