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갈 길 먼데 ‘감투싸움’ 중인 한국당…나경원도 비판

입력 2019-07-01 17:37 수정 2019-07-01 18:10
28일 오후 열린 제369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 보궐선거 등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나경원 원내대표. 연합뉴스


완전한 국회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지만 이번에는 자유한국당에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툼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원들은 ‘버티기’를, 차기 위원장 자리를 약속받은 의원들은 교체를 요구하면서 자리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애당초 2년 임기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더 많은 의원에게 ‘감투’를 씌워주기 위해 1년씩 쪼개 맡게 한 것부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7월 하반기 국회 원구성 협상 당시 한국당 몫으로 주어진 국토교통위원장 자리는 박순자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각각 1년씩 맡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현 위원장인 박 위원이 합의를 번복해 물러나지 않고 있다. 박 위원장은 해결되지 않은 국토위 현안이 많아 자신이 계속 위원장 자리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홍 의원 측은 “위원장 자리와 국토위 운영은 상관이 없다. 현안이 많다는 것은 핑계”라고 반박했다.

6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박순자 위원장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개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박 위원장이 자당 의원들인 민경욱, 이현재, 박덕흠 의원의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을 두고도 현 위원장인 홍일표 의원과 뒤이어 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종구 의원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 간 국회 대치로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많아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위원장 자리를 내놓을 수 없다는 홍 위원장 측과 약속대로 이달 중에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이 의원이 맞서고 있다.

상임위원장을 둘러싸고 다툼이 빚어진 것은 편법적인 ‘임기 쪼개기’ 관행 때문이다. 한국당은 원구성 당시 자당 몫으로 주어진 7개의 상임위원장 자리 중 법제사법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를 제외한 5개 위원장의 임기를 1년씩 쪼갰다. 관례상 상임위원장은 3선 의원들이 맡게 돼 있는데, 의원 수는 많고 자리는 적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2년 임기를 절반으로 나눠 자릿수를 늘린 것이다. 이러한 임기 쪼개기는 별도 규정 없이 ‘신사협정’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먼저 임기를 맡은 쪽에서 잔여 임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나서면 공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의원들끼리 자리 다툼으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아지면서 한국당 내부에서도 쪼개기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2월 비공개 의원총회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는 “상임위원장 쪼개기 관행은 21대 국회가 마지막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유튜브 콘테스트 수상작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재원 의원이 황교안 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임기를 쪼개진 않았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두고도 자리 보전을 주장하는 황영철 의원과 경선을 요구하는 김재원 의원 사이에 잡음이 빚어지고 있다. 1년 임기의 예결위원장은 지난 5월 29일로 임기가 끝나 후속 인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결위원장 자리는 2년 전 김성태 원내대표 당시 안상수 의원이 전반기 위원장(7개월)을 맡고 황 의원이 하반기 위원장(1년6개월)을 하도록 결론냈다. 합의에 따르면 황 의원이 예결위원장으로 재선출돼야 하지만 김 의원과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황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경선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황 의원은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황 의원 측은 “의원총회 합의를 뒤집는 일로서 비상식적인 주장이다. 상대쪽이 재판 결과를 섣부르게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 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원장 선출 당시 김 의원이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 중이라 당원권이 정지돼 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소외됐었다“며 “지난 4월 2심에서 무죄를 받은 만큼 위원장 선출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