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소심 소년에서 마블 영웅으로 [리뷰]

입력 2019-07-01 17:30 수정 2019-07-01 17:31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한 장면. 전편에 이어 존 왓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전편에선 히어로로 활약하고 싶어 하는 피터 파커를 세상이 만류했지만, 이번엔 세상이 그를 필요로 한다.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지금껏 보지 못한 스펙터클한 액션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소니 픽쳐스 제공

엔드게임 이후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악당 타노스의 핑거 스냅으로 사라졌던 인류의 절반이 돌아왔지만, 5년 전 모습 그대로다. 사람들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부재를 불안해하는데, 특히나 그를 아버지처럼 여겼던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은 사무치는 상실감에 괴로워한다.

2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하 ‘스파이더맨2’)은 2017년 국내 관객 725만명을 동원한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잇는 후속작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스토리 구분 기준) 3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작품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파이더맨 슈트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간 피터 파커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유럽으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공기, 물, 불, 흙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빌런 ‘엘리멘탈’이 유럽 전역에 등장하고, 쉴드 국장인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는 스파이더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스파이더맨은 다시 임무 수행에 나서지만,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엘리멘탈을 제압하는 일이 벅차다. 그때 미스터리한 사내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가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의기소침해 있던 피터는 그에게 의지하게 되고, 그가 ‘넥스트 아이언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스파이더맨, 그러니까 아버지 같은 존재를 잃고 막대한 임무를 짊어지게 된 10대 소년 피터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천진난만했던 피터가 내면의 아픔을 딛고 히어로의 숙명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전작에 비해서는 다소 진중해졌다.

그럼에도 시리즈 특유의 경쾌 발랄함은 잃지 않는다. 피터와 그가 짝사랑하는 MJ(젠다야)의 러브라인이 알콩달콩하게 그려지면서 흡사 하이틴 로맨스물을 관람하는 느낌마저 준다. 사랑 앞에 주저하는 피터의 모습은 2002년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스파이더맨’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유럽의 명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거미줄 액션은 이색적인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체코 등에서 로케이션 촬영이 진행됐는데, 특히 영국 런던의 타워 브리지나 이탈리아 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과 리알토 다리에서 펼쳐지는 액션 시퀀스가 인상적이다.

스파이더맨이 여타 슈퍼 히어로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평범함’이다. 소심하고 때론 겁도 먹지만, 위험에 처한 이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주저 않고 거미줄을 쏜다. 향후 펼쳐질 MCU 페이즈 4의 핵심 캐릭터가 될 것으로도 예고돼 기대를 높인다. 쿠키영상은 2개. 129분. 12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