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한 자리씩 나눠 갖기로 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어떤 위원장을 맡느냐에 따라 여당이 사법개혁과 정치개혁 중 어디에 방점을 두고 추진하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과의 관계 뿐 아니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패스트트랙(신속안건지정)’ 연대 야당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방정식이다. 민주당과 패스트트랙 공조에 나섰던 소수 야당에선 정의당 소속인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교체되는 것에 대해 벌써부터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기자들을 만나 “(어떤 위원장을 가져올지) 의원총회를 통해서 의원들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도록 절차와 과정을 충실히 보장하는 게 제 임무”라며 “이렇다 저렇다 선입견을 줄 수 있는 그런 상태로는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팽팽히 엇갈린다. 정개특위 위원장을 가져와야 한다는 쪽은 ‘야 3당과의 패스트트랙’ 공조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쥐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정개특위를 맡아야 한다”며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게 정치이고, 정개특위는 정치 개혁에 대한 것이다. 선거법 개정도 걸려있는데 정개특위를 한국당에 주는 게 맞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도 “정개특위를 가져와야지 민주당이 여당으로서 정국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당연히 정개특위를 선택해야 한다”며 “사개특위를 선택했다가 야 3당과 패스트트랙 공조가 깨지면 나중에 본회의 표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홍익표 수석 대변인도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정개특위 쪽 가능성이 좀 더 높지 않을까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사법개혁을 강조해온 당과 청와대의 입장을 감안하면 민주당이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개특위 소속 한 의원은 “민주당의 입장만 고려한다면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는 게 100% 맞다”며 “다른 소수 정당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정개특위 위원장도 고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도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아서 사법개혁이라도 얻어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검토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도 기수 문화를 탈피해 지명한 것을 보면 청와대가 사법개혁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뜻”이라며 “민주당이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아서 힘을 실어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여당이 고심하는 사이, 패스트트랙 공조에 나섰던 소수 야당들은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모임인 ‘초월회’에서 “당사자 개인(심상정 의원)은 물론 해당 정당의 양해 없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교체하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민주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그것을 (전임인) 심 위원장에게 다시 양보하는 결단을 보여주시길 이해찬 대표에게 정중히 요청한다”고 했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정개특위, 사개특위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실종된다면 (국회) 정상화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성수 신재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