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 무단 수정 논란’을 해명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왜 우리 요구를 수용해 이 사달을 만들어, 학자적 양심도 없이….’
이번 논란은 2018년도 초6 사회교과서에서 시작했다. 이 교과서를 쓴 진주교대 박용조 교수는 1948년 의미를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해놨는데 교육부가 무단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했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수사를 벌여 사문서위조교사 혐의 등으로 당시 교육부 교과서정책과 과장과 교육연구사, 출판사 관계자 3명을 재판에 넘겼다. 자유한국당은 김상곤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고발했다.
학생·학부모는 그다지 관심 없는 사안이지만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선 민감한 문제다. 대한민국 수립은 보수 진영,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진보 진영이 밀고 있다.
코너에 몰린 교육부가 이날 반격에 나섰다. 박 교수가 쓴 2016년도 교과서 자체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교육부에 교과서 저작권과 수정권이 있으니 2016년 당시 박 교수의 잘못을 바로잡는 ‘정당한 권한 행사였다’고 주장한다. 2016년 쓰인 교과서는 2009년 고시된 교육과정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박 교수는 2015년 새로 개정된 교육과정을 따랐다. 2009 교육과정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2015 교육과정은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돼 있다.
박 교수는 2016년도 교과서를 작성할 당시 교육부 요청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수정 권한이 있는 교육부 요구였으므로 한번 정도는 수락했다는 얘기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대한민국 수립 즉 국가 수립이란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문재인정부의 교육부는 박 교수를 힐난하고 있다. 학자적 양심에 따라 잘못된 요구를 하는 교육부를 뿌리치지 못했다고. 비록 저작권과 수정 권한이 있는 교육부 요구였어도 말이다.
교육부는 박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키로 했다. 자신들이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점은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교육부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정권 바뀌면 보시죠”라고 말한 어느 보수 사학자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