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직접민주주의’ 출범준비 마쳐

입력 2019-07-01 16:26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핵심 공약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운영과 직결된 조례안 표결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오주환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민선 7기 핵심 공약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가 출범준비를 마쳤다. 민주주의위원회는 구성원인 시민들이 서울시 예산안 편성 등 주요 시정에 직접 참여하는 기구다. 이를 두고 ‘시민의 행정 참여를 늘릴 것’이라는 평가와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맞서 왔다.

서울시의회는 1일 제288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서울시가 입법 예고한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의원 90명 가운데 찬성이 60표, 반대 24표, 기권 6표였다. 해당 조례가 시행되는 7월 25일 이후 민주주의위원회가 정식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민주주의위원회는 상근직인 위원장을 포함해 15명 안팎의 시민·전문가·시의원·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장 직속조직이다. 이들은 2022년까지 연간 1300억~1조원의 예산 편성에 관여할 수 있게 된다.

민주주의위원회 출범과정은 부침이 있었다.

지난 4월 민주주의위원회의 개요가 담긴 '서울시 시민민주주의 조례'가 통과될 때까지는 순탄했다. 해당 조례는 시민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민관 합의체 행정기관 민주주의위원회를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시의회도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주의위원회 구성에 필요한 후속 행정조치 등을 담은 이번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서울시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18일 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돌연 만장일치로 해당 조례안을 부결시키면서 조례안이 본회의에 오르지도 못했다.

당시 조례안을 부결시킨 기획경제위 의원 12명 중 10명이 더불어민주당이라 부결 이유에 관심이 쏠렸었다. ’민주주의위원회의 시의회 예산심의권 침해 우려’ ‘박 시장의 시의회 경시 태도’ 등이 문제로 꼽혔다. 의석 110석 중 102석이 민주당인 시의회가 박 시장의 ‘거수기’처럼 비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서울시는 조례안 내용을 소폭 수정해 지난달 28일 시의회에 다시 제출했다. 박 시장 측은 의회 측을 설득해 조례안 가결에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는 결국 이날(7월 1일) 해당 조례안을 빠르게 통과시켰다. 시의회가 서울시의 7월 정기인사·상임위 해외연수 일정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초 시의회가 의정활동 지원인력 5명 증원을 위해서 조례안 통과는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다만 민주주의위원회 설립의 적절성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 측은 대의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돼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의회의 권한이 침해되고, 시장 측근이 위원으로 들어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송재혁 민주당 시의원은 “막강한 권력의 합의체가 탄생하면서 분권과 자치의 큰 흐름을 막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꼬집었다.

반면 서울시는 “세계적으로 시민들이 정치와 행정에 직접 참여하는 경향은 확대 중”이라며 “대표성 논란도 투표로 선출된 시장이 자신이 가진 권한 일부를 시민들에게 이양하는 것이라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핵심 공약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운영과 직결된 조례안 표결 전 의원들을 둘러보고 있다. 오주환 기자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