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 파견돼 일하던 김모(여)씨는 지난해 8월부터 반 년 여간 직장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동의 없이 턱수염을 볼에 비비거나 팔짱을 끼는 일은 예사였고, 야간 근무 때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어깨를 주무르기도 했다. 김씨는 가해자를 피해 도망을 다니거나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추행은 계속됐다. 김씨는 참지 못하고 회사에 알렸다. 사과를 받고 끝내라던 회사는 김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지난 2월 관련자를 퇴사시키고 2년 동안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가해자는 회사를 떠났지만 ‘보복 갑질’이 이어졌다. 새로운 관리자는 툭하면 김씨에게 소리 지르며 욕설을 했다. 공개회의 자리에서 “꼴 보기 싫다”고 하거나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양의 업무를 맡기기도 했다. 김씨와 가깝게 지낸 동료도 눈총과 따돌림을 받았다. 4개월간 각종 괴롭힘에 시달린 김씨는 지난달 일방적으로 해고당했다. 사측은 위로금을 주며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려 했다. 김씨는 “위로금으로 여태 받은 상처가 낫지는 않는다”고 울먹였다.
직장 내 부조리를 신고한 내부고발자들이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쫓겨나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내부고발자가 회사에서 ‘보복성 갑질’을 당한 10가지 실제 사례를 1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성추행이나 채용비리 같은 비위행위를 회사 안팎에 알린 내부고발자들은 해고 위험과 부당한 처우에 노출돼 있었다.
일부 가해자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에 ‘갑질’을 했다. A씨는 사내 소장에게 “남자친구와 자봤느냐”는 식의 성희롱과 폭언을 당했다. A씨가 이를 폭로하자 다음 날 도리어 소장에게 권고사직을 강요받았다. A씨는 사장을 찾아가 고충을 전했지만 사장은 인사권자인 소장에게 말하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물었더니 업무에서 빠지게 된 경우도 있다. 야근을 해도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한 B씨가 초과수당과 대체휴무에 대해 묻자 사수는 B씨를 업무에서 배제했다. 회사의 채용비리를 언론에 폭로했더니 원치 않는 부서에 발령 내거나, 불만 사항을 전달하자 업무 대기를 시킨 일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내부고발자들이 ‘갑질’을 당하는 이상 괴롭힘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보복성 갑질’을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오는 16일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