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 ‘깜짝 번개’에 경협주 함박웃음…“북핵 온도차 여전, 단기 반등 그칠 수도”

입력 2019-07-01 15:52 수정 2019-07-01 16:11

‘남북 경제협력주’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깜짝 회담을 가지면서 남북 경협 재개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덕이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시들했던 경협주가 본격 반등세에 들어갈지 관심을 끌고 있다.

1일 코스피시장에서 남북 경협주들은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0.04% 내린 2129.74에 장을 마쳤지만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좋은사람들(24.46%) 인디에프(15.19%) 신원(10.62%) 제이에스티나(10.03%) 등은 줄줄이 상승 마감했다. 비무장지대(DMZ) 인근 경기도 파주 영태리에 공장 부지가 있는 삼륭물산도 DMZ평화공원 조성 기대감을 등에 업고 전 거래일 대비 2.21% 올랐다. 원예 및 조경 사업 업체인 자연과환경(5.47%) 남광토건(6.77%) 등도 오름세로 장을 마쳤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대북사업을 활발하게 펼쳤던 현대그룹 관련 주식도 일제히 상승 흐름을 탔다. 남북 경협사업 전문 계열사인 현대아산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8.49%)와 철도 관련주 현대로템(5.94%) 등이 상승세를 보였다.

남북 경협주 급등세는 ‘하노이 노딜’ 이후 넉 달 만에 되살아난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강하게 반영됐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시작될 때마다 남북 경협주 변동이 시작됐었다”며 “북한 비핵화 실무회담이 본격 진행되면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경협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이번 대화 재개로 경협주 상승 재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으로 미·중 무역 전쟁이 ‘일시 휴전’에 돌입한 점도 국내 증시에 긍정 요인이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유예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성근·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불확실성 해소로 단기적으로 증시가 상승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남북 경협주가 단기적으로 들썩일 수 있지만 기술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 비핵화 ‘줄다리기’ 과정에서 북·미간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이번 북·미 대화로 남북 경협의 실질적인 펀터멘털(여건) 개선보다 기술적 반등 수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이 담긴 이벤트였다는 분석도 있어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