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의 입항금지 명령에도 입항을 강행한 난민구조선 선장이 자신의 행동을 ‘비극을 피하기 위한 불복종(disobedience)’이라 항변했다.
AFP통신은 난민구조선 ‘시워치3’을 이끌고 지중해에서 아프리카 난민을 구조한 뒤 이탈리아 람페두사 항구에 입항한 독일인 선장 카롤라 라케테(31)가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케테 선장은 지난 12일 리비아 영해에서 표류하던 52명의 아프리카 난민을 구조한 뒤 유럽행 난민들의 관문 격인 이탈리아로 향했다. 난민 가운데 임산부 2명을 포함 10명은 하선 허가를 받았지만 나머지 42명은 거부당해 2주가량 구조선 안에서 지중해를 표류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시워치3에 입항 금지를 명령하며 지속인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라케테 선장은 지난 29일 입항 불허 결정을 거스르며 이탈리아 람페투사섬에 입항했다. 이 과정에서 입항을 가로막던 소형 경비정을 들이받았다. 배가 접안한 직후 이탈리아 경찰은 라케테 선장을 체포했다. 라케테 선장은 경비정과 그 안에 타고 있던 이들을 위험에 빠뜨린 혐의를 받는다. 다만 충돌로 인한 사상자는 없다.
라케테 선장은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내 목표는 오로지 지치고 절박한 사람들을 육지로 데려다주는 것이었다”며 “누구도 위험에 처하려 할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들(이탈리아 정부)은 내가 (난민들을) 리비아로 데려가라고 요구했지만, 전쟁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다시 그곳으로 데려가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있다”며 “(이탈리아 정부에) 복종할 권리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택연금 상태인 라케테 선장은 조만간 재판에 회부될 전망이다. 불법이민을 부추기고 시워치를 막으려는 군선을 강제로 뚫고 입항한 혐의다. 후자는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번 사건으로 이탈리아와 라케테 선장의 모국인 독일 간 외교 분쟁 조짐도 보인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30일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 창립멤버로서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탈리아 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독일 대통령은 독일에서 일어나는 일을 걱정하길 요청한다”며 일축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