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0일 판문점 회동이 기성의 외교 문법을 깬 새로운 형태의 외교 무대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국 BBC는 1일(현지시간)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인류 역사상 트위터로 성사된 최초의 정상회담”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이번 회동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전례가 없었다”며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북한과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 했었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트위터로 성사됐다”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응했다는 것은 양국의 역학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기간 중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으로 떠나 한국으로 갈 것이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북한의 김 위원장이 이 메시지를 본다면 나는 비무장지대(DMZ)에서 그와 만나 손을 잡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미 정상의 ‘깜짝 회동’을 제안했다. 제안 후 5시간 만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트럼프 대통령 측의 공식 제의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흥미로운 제안”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양 정상의 깜짝 회동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두 정상의 깜짝 회동이 공식화된 30일,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회동이 사전 조율 없이 급작스럽게 성사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사람들은 미리 계획된 것 아니냐 그런 얘기도 하던데, 어제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께서 만나자는 의향을 표시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각하(트럼프)와 나의 훌륭한 관계가 아니라면 아마 하루만에 이렇게 (우리 두 사람의) 상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우리가 만나는 것 자체가 역사적 순간”이라며 “김 위원장에게 다른 이유로 또 감사하다. (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메시지 보냈는데 오시지 않았으면 스스로 굉장히 민망할뻔했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에 들어갔다는 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한 발자국만 들어가는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김 위원장과 군사분계선을 넘어 10m정도, 18발자국을 걸어간 뒤 다시 분계선을 넘어 돌아왔다”며 “미국과 남·북 수뇌부가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등 삼국의 역학관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