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유정 남편, 죽은 아들 심폐소생술 했다

입력 2019-07-02 04:00 수정 2019-07-02 04:00
고유정 의붓아들(6) 사망 사건과 관련 고씨의 현 남편 A씨가 사망한 아들을 상대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음을 보여주는 119상황실 녹취록이 발견됐다. A씨는 “경찰은 내가 심폐소생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과 다른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1일 국민일보가 정인화 민주평화당 원내부대표를 통해 입수한 신고 당시 119상황실 녹취록과 출동했던 구급대원이 작성한 구급일지에는 A씨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음을 알려주는 정황이 적시돼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10분경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신고자는 고유정이었다. 상황근무자는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고유정의 말에 응급처치 직원에게 전화를 돌렸다. 응급처치 직원은 “아이를 바닥에, 평평한 바닥에 눕힌 뒤 가슴 중앙을 한 손으로 조금씩 눌러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자 고유정은 “지금 남편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흉부압박은 이 속도에 맞춰서 계속 해야 한다”는 말에도 고유정은 “지금 하고 있다”고 답했다. 고유정은 신고를 하고 A씨는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던 정황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이 작성한 구급일지에도 “부모가 아이를 눕혀놓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고 적혀 있다. 일지에는 “환아는 방 안 침대 위에 엎어진 채로 아이 아빠에게 발견되었다 하며 이불과 환아 비강에 출혈 흔적이 있음. 구급대원 도착 당시 거실에 아이를 눕혀 부모가 CPR 중”이라고 기록돼 있다.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A씨는 지난달 28일 국민일보와 만나 “청주 경찰은 내가 심폐소생술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과 다른 얘기를 했다”며 “초동수사의 미흡함을 꼬집은 내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사건 내용과 별개로 (내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식의 발표만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언론들은 지난달 청주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A씨가 아이를 발견한 후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흔적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심폐소생술을 했을 때 나오는 일반적인 흔적(갈비뼈 골절 등 외상)이 없었다는 소견을 받았다는 것이다.

10년 이상 경력의 소방관인 A씨는 “아이는 성인보다 약하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하며, 그래야 뼈도 잘 부러지지 않는다”면서 “피하출혈이 없고 갈비뼈가 부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녹취록에도 응급처치 직원이 “한 손으로 조금씩 누르라”고 지시하는 부분이 나온다.

청주상당경찰서 형사과장은 “(심폐소생술 관련한 내용은) 직접 발표한 것이 아니라 잘 모르겠다”며 “심폐소생술 실시 여부가 이번 사건과 큰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A씨는 “사건과 큰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굳이 언론에 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이를 잃은 아빠를 공격하는 식의 발표를 왜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주 경찰은 1일 제주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고유정에 대해 대면조사를 벌였다. 1차 부검 결과가 나온 직후 참고인 신분으로 15분 조사를 한 이후 의붓아들 사망과 관련해 고유정을 조사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아이가 숨진 지 4개월 만이다.

청주 경찰은 지난 3월 2일 아이가 사망한 직후부터 A씨에 대한 수사에 집중해 왔다. A씨는 사건 직후 조사를 받았고, 1차 부검 결과가 나온 5월 2일에도 조사를 받았다. 고유정은 이날 15분 가량 함께 조사를 받은 것이 전부다.

A씨는 “고유정은 단 15분만 조사한 것으로 안다”며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A씨는 같은 달 28일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았고 지난달 3일 약 5시간에 걸친 조사를 한 차례 더 받았다. 같은 달 6일에는 청주 경찰 2명이 A씨가 머물고 있는 제주로 내려와 조사를 진행했다.

고유정 의붓아들은 A씨와 함께 살기 위해 제주에서 충북 청주로 올라온 지 3일 만에 숨졌다. 2017년 재혼한 A씨와 고유정은 자신들의 아이를 각각 부모님의 집에 맡기고 둘이서 청주에 살림을 차렸다. A씨는 아들과 오래 떨어져 사는 게 마음이 쓰였다. 그는 고유정의 동의를 얻어 지난 2월 28일 아들을 청주로 데리고 왔다. 고유정의 아들도 이날 합류할 계획이었으나, 고유정이 자신의 아들이 청주로 오는 일정을 미뤘다는 것이 A씨 주장이다. 그러나 사흘 뒤 자고 일어나니 아들은 숨져 있었다. 부검 결과 압착에 의한 질식사였다. 당시 A씨와 아들이 침대에서 함께 자고 있었고, 고유정은 다른 방에 있었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매체는 “A씨가 ‘눈을 떴을 때 내 다리가 아들의 위에 올라가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A씨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면서 “경찰이 ‘당신의 다리가 아이의 몸 위에 올라갔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묻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답했을 뿐”이라고 정정했다.

A씨에 따르면 아들이 사망하기 전날인 3월 1일 고유정은 A씨에게 차를 한 잔 건넸다. A씨는 이 음료를 마신 뒤 평소보다 더 깊이 잠에 들었다고 주장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아이는 숨을 쉬지 않았다. 소방관인 A씨는 아이의 상태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얼굴 주위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사람이 사망한 뒤 나타나는 시반도 보였다. 조사를 받으면서 이 같은 사실을 이야기했더니 경찰은 오히려 “그것만 보고 어떻게 아이가 죽었는지 단정할 수 있었느냐”며 그를 의심했다.

제주지검은 이날 고유정(36)을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달 1일 체포된 지 한 달만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