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보고서 “국내 M&A시장 비효율적”

입력 2019-07-01 14:30 수정 2019-07-01 14:30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기업의 재무 부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A 후에는 피인수기업뿐만 아니라 인수기업의 재무 상황까지 나빠졌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BOK경제연구 ‘기업인수의 재무적 성과: 한국의 사례’ 보고서를 발간했다. 집필자인 조은아 한은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기업인수는 주로 재무적 부실과 관련해 발생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재무적 부실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 부연구위원은 2004~2017년 상장기업 전체 M&A 4171건 가운데 1379건을 분석한 결과 M&A 후 피인수기업과 인수기업 모두 재무적 부실이 악화했다고 전했다. M&A가 기업의 재무상황 개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피인수기업과 인수기업은 M&A 2년 뒤 총자산순이익률(ROA)이 각각 4.9%, 4.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ROA는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이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피인수기업은 물론 피인수기업 모회사의 재무적 부실도 해당 기업의 M&A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 상태가 나쁠수록 기존 지배주주는 협상력이 약해져 자신에게 불리한 신주 방식의 M&A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신주 방식은 대규모 주식을 신규로 발행해 새로운 대주주에 지급하는 방법이다.

조 부연구위원은 국내 M&A시장에 대해 “미국 등 기업인수가 발달한 국가에서 기업 인수의 동기가 주로 재무적으로 건전한 기업 간에 시너지(상승효과)를 추구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인수해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과는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기업인수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해 기업의 재무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