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적 치적과 재선 캠페인의 잠재적인 자랑거리로 삼기 위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분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북·미 관계를 개선해 외교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을 재선 캠페인의 호재로 활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치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이란·베네수엘라 문제에 대해선 외교 실패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문제에 대한 약점을 북한 카드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훌륭한 협상가라는 자화자찬 소재로 북핵 문제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하면 북한 얘기를 계속 꺼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돌아온 이후 “지난 사흘 동안 많은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면서 “모든 것 또는 적어도 대부분의 일들은 미국에 엄청난 것이었다”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많은 것들이 성취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북한 문제가 득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이 있다. NBC방송은 “팡파르에도 불구하고 북·미가 비핵화에 대해 구체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징후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핵 포기 의사가 없는 독재자와 가깝게 지낸다는 미국 내 비판 목소리도 여전하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전원 공격에 나섰다. 민주당 경선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적들과 함께 앉아 협상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것이 단지 사진 촬영 기회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진정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 장관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신중해야 할 외교에 대해 매우 변덕스럽고 무계획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그건 모두 실체가 없는 ‘쇼’”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저격수’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 대통령은 사진 촬영 기회에 미국의 영향력을 낭비해서는 안 되며 무자비한 독재자와 러브레터를 주고받아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티격태격했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 안보와 이익을 희생하면서 독재자를 감싸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여당인 공화당은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을 두둔하고 나섰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지속한다고 해서 불리할 건 없다”고 말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북한 비핵화 협상이 개시된 것을 칭찬해야 한다”고 옹호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