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 청년들이 찾아오고, 우리가 복 받은 거죠!”

입력 2019-07-01 12:45 수정 2019-07-01 13:28
어르신들과 함께 한 백숙파티. 호서대 제공

즐거운 마을이라는 뜻의 낙지리(樂只里)는 칠갑산 동남쪽 자락에 걸쳐있는 다섯 개 마을로, 주로 60대에서 90대에 이르는 12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충남 청양군 장평면 낙지리 장평감리교회(김선민 목사)에서 호서대 기독교학과 학생들의 ‘2019 여름 농촌 전도’ 활동이 열렸다.

학생들과 4박 5일 동고동락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경험한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함박꽃이 활짝 피었다. 이남휘 권사(83)는 “생면부지의 청년들이 이렇게 예수님의 사랑으로 우리에게 찾아오니, 우리가 복 받은 거죠”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며칠간 이 지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장평교회 앞에서 기념촬영. 호서대 제공

호서대 기독교학과 학생 33명은 염창선 교수(교회사)의 인솔하에 제32차 농촌 전도 활동을 했다. 1978년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인 고 강석규 박사의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설립된 호서대 교육 이념 중 하나인 ‘할 수 있다’는 기독교 정신을 구현하고자 매년 여름과 겨울 자원하는 학생들을 구성해 전국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2003년 첫걸음을 뗀 이래 지난 16년간 계속됐다.

봉사활동은 예배와 전도를 통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의학 기술 등을 통해 어르신의 육체의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리스도를 내 삶의 주인으로 모시도록 매일 새벽예배와 저녁 예배가 이어졌다.


어르신의 건강 관리를 위해 전문가들도 참여하며 힘을 보탰다. 수년간 참여해온 한의사 임채학 목사가 침술을 하고, 10년 이상 섬긴 안경사 장사울 안경학교장, 장요한 목사가 시력 진단 및 돋보기안경 전달을 했다. 호서대 간호학과 김종근 교수와 학생 9명이 혈압 검사와 당뇨 검사를 했고 물리치료학과 황영인 교수와 6명의 학생이 물리치료와 더불어 실시한 보행 검사에 어르신들은 큰 호응을 보였다. 미용사 김순임 호서대학교회 집사의 노련한 손놀림을 받은 후 추억에 남을 ‘장수 사진’을 찍으려고 거울 앞에서 옷매무시를 가다듬는 어르신의 표정은 미소로 번졌다.

기독 청년들의 사랑에 감동한 주민들의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 집사는 자녀 문제와 삶의 무게감 등으로 마음의 짐이 무거웠는데 방문한 학생들과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리스도의 능력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낯선 사람을 피하던 신동원(41)씨는 3일간 지켜본 끝에 스스로 찾아와 “예수를 믿으려면 제대로 믿고 싶어요”라며 마을회관 앞 느티나무 아래에서 신자가 되겠다고 결단했다. 또 다른 어르신들도 예배에 참석하며 꾸준히 관심을 보였고, 교회에 출석하겠다고 약속했다. 허준회(68) 낙지리 이장도 학생들의 섬김에 감동하여 손수 지은 멜론을 들고 예배에 참석했다.

기독교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모든 것을 이 마을에 아낌없이 쏟아놓았다. 호서대학교회 성도들이 준비한 백숙을 대접하는 마을잔치 등 다양한 행사들은 무더운 여름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감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농촌 공동체를 만들었다.


마을 축제에 처음 참여한 학생 이수민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과 달리 어르신들을 적극적으로 섬기는 제 모습을 발견했다”며 기뻐했다.

전도 대장 염 교수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서로 돕고 의지하는 마을공동체를 가꿔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이곳을 방문했다. 앞으로 이런 일의 중심에는 장평교회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주 호서대 연합신학대학원장은 “세대 간 교제를 통해 어르신들이 교회에 연결되는 실제 변화가 매 학기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