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남달라’… LPGA 시즌 2승 박성현, 남달랐던 18번 홀

입력 2019-07-01 12:29 수정 2019-07-01 14:01
박성현이 1일(한국시간) 아칸소주 로저스 피너클 컨트리클럽에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AP뉴시스

마지막 18번 홀.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쓸어 담아 하루 전의 부진을 만회한 박인비(31), 마지막 5개 홀에서 무려 5타를 줄인 재미동포 대니얼 강(27)이 ‘골프천재’ 김효주(24)와 함께 최종 합계 17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

하루 내내 1~2타 차이로 선두가 수차례 뒤바뀐 리더보드는 이제 세 선수의 이름을 가장 높은 곳에 올리고 마지막 조의 박성현(26)을 기다렸다. 18번 홀의 기준 타수는 5타. 박성현의 17번 홀까지 중간 합계는 17언더파였다. 박성현이 연장전으로 넘어가지 않고 우승을 확정하려면 18번 홀을 5타 안에 끝내야 했다.

하지만 박성현은 남달랐다. 자칫 연장전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박빙의 승부에서 샷은 대담했고 퍼팅은 침착했다. 박성현은 두 번째 샷을 그린 위로 보낸 뒤 홀컵으로부터 약 10m 거리에서 시도한 이글 퍼트를 50㎝ 앞까지 붙였다. 이어 마지막 타로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냈다. 우승을 확정한 순간, 박성현은 과장된 몸짓의 세리머니가 아닌 특유의 담담한 미소로 갤러리에게 인사했다.

박성현은 1일(한국시간) 아칸소주 로저스 피너클 컨트리클럽(파71·6106야드)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195타. 공동 2위를 1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3억5000만원)를 거머쥐었다.

박성현의 올 시즌 초반은 다소 굴곡이 있었다. 지난 3월 싱가포르에서 HSBC 월드 챔피언십 정상을 밟은 뒤 3개월여 동안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지난 23일 끝난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시즌 2승을 수확했다. LPGA 투어 통산 7승을 달성했고, 지난 4월 고진영(24)에게 내줬던 세계 랭킹 1위를 탈환했다.

박성현은 경기를 마친 뒤 “18번 홀에 나서면서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다. 어머니와 저녁식사를 하며 우승의 기쁨을 나누겠다”며 “세계 랭킹 1위의 부담감이 크다. 순위에 연연하지 않으려 하지만 좋은 일이다. 항상 같은 플레이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 17개 대회에서 8승을 합작했다. 박인비는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통산 상금 1500만 달러 선(1513만6133달러)을 돌파했다.

같은 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골프클럽에서 끝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는 극적으로 출전권을 얻은 ‘대기 선수’가 우승하는 파란이 일어났다. 당초 156명의 출전자 명단에 들지 못하고 대기자 1순위에 이름을 걸었던 네이트 래슐리(37·미국)는 개막을 이틀 앞두고 한 명의 기권으로 출전 기회를 잡아 우승하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래슐리는 대학선수 시절 자신의 경기를 관전하고 돌아가던 가족과 연인을 비행기 사고로 잃는 아픔을 가졌고, PGA 입회 이후에도 주목을 받지 못한 한 부동산 중계업자였다.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로 우승해 상금 131만4000달러(약 15억2000만원)와 8월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