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미·중 균열…커들로 “화웨이 사면 아니다”, 중국 학계 “휴전일 뿐”

입력 2019-07-01 12:24 수정 2019-07-01 12:59
AP뉴시스

“미국 기업이 화웨이에 더 많이 판매하도록 허용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FC)이 “일반적인 사면이 아니다”라며 교통정리를 하고 나섰다. 그는 화웨이가 계속 블랙리스트에 남을 것이라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오사카 회동 전과 상황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중국 학자들 역시 미·중 정상의 ‘휴전’ 선언에 의미를 두면서도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화웨이 제재완화를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일반적인 사면이 아니다”라며 “이는 안보와 무관한 분야에 한정되며 화웨이는 블랙리스트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나 무역전쟁 휴전과 협상 재개에 합의하고, 미 기업들이 화웨이에 부품을 판매토록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커들로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의원들이 우려하는 국가안보 우려를 공감하고 있고, 상원의원들을 만나 논의할 것”이라며 “화웨이는 엄격한 수출통제가 적용되는 거래제한 리스트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상무부가 몇가지 부품에 대해 화웨이 판매를 허용할 것”이라며 “이는 다른 나라에서 얻을 수 있는 부품에만 적용되며 국가안보 우려가 있는 장비들은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기존 네트워크의 보수나 점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 목적이 있을때 화웨이와의 거래를 허용한다고 밝혔고, 인텔과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화웨이가 거래 제한 기업에 오른 뒤에도 계속 제품을 판매해왔기 때문에 큰 상황 변화는 없는 셈이다.

커들로 위원장은 미·중 정상이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기로 한 것은 “매우 큰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잠정적으로 무역협정을 완료하자는 약속이나 시간표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전날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는 분명히 양보한 것”이라며 “화웨이에 대한 판매가 주요 기술을 포함한다면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화웨이 문제는 우리가 가진 몇 안 되는 강력한 수단”이라며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변화시킬 우리의 능력이 급격히 훼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도 “화웨이 제재를 되돌리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라고 경고했다.

중국 학자나 중국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를 중단시키고 휴전을 이끌어낸 것은 큰 성과로 보면서도 향후 무역협상에 대해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난징대 주펑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의 휴전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신호”라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은 미국이 적대적인 대중 접근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의 희망을 거는 것은 그야말로 희망사항”이라고 밝혔다.

스인훙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미중이 무역협상을 재개했지만 이전의 흐름을 보면 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양국은 원하는 무역협상 결과에 대해 거의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어 서로 수용가능한 협상안을 내놓을 것이란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윤선 스팀슨센터 동아시아·중국 담당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대한 걱정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에 집중하지만, 시 주석은 무역협상을 넘어 향후 미중 관계의 정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시 주석은 또 국내 비판 때문에 많은 양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세계안보연구소의 갈 루프트 공동소장은 “미국내에서 고조되는 반중 열기를 완화시킬 온건파는 설자리가 사라졌고, 중국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지적이고 균형잡힌 대화는 더 이상 없다”며 “이제 매파와 슈퍼 매파만 남았고, 온건파는 침묵하거나 마을에서 쫒겨났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