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돈 건네는 현장 지나던 경찰에 붙잡힌 보이스피싱 전달책

입력 2019-07-01 12:01 수정 2019-07-01 12:01
경찰이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보이스피싱 전달책 A씨를 검거하는 장면. 서울 수서경찰서 제공

경찰이 검사를 사칭해 돈을 가로채려 한 보이스피싱 전달책을 우연히 현장에서 검거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24일 검사를 사칭해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으니 돈을 인출해 만나자”는 제안을 한 뒤 피해자에게 1200여만원을 넘겨받으려 한 혐의(사기 및 위조공문서 행사)로 A(45)씨를 체포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24일 오후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20대 여성 B씨가 A씨에게 돈봉투를 건네는 장면을 목격한 뒤 급하게 차를 세워 현장을 덮쳤다. 현장에 있었던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초등학교 앞에서 흰 봉투를 건네는 장면을 본 뒤 보이스피싱 현장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피의자를 체포한 경찰은 그 자리에서 피해자에게 봉투에 있던 돈 전액을 돌려줬다.

A씨는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고수익보장’이라는 광고를 보고난 뒤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범들이 전화를 통해 피해자들이 현장에 돈을 갖고 나오게 만들면, 전달책이 현장에서 피해자에게 돈을 건네받은 뒤 일정 금액을 나누기로 한 방식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보이스피싱이 아닌 단순한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젊은 여성 등을 주된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은 전화로 검사를 사칭하며 “(피해자)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으니 계좌에 예치된 돈을 금융감독원에 맡겨 확인을 받아야 한다”며 전달책에게 돈을 건네도록 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공범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3일 동안 이번 사건을 포함해 서울과 경기 지역 일대에서 총 3회에 걸쳐 4250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A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경찰은 수사기관은 절대로 돈을 확인한다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에 연루됐다거나, 가족이 납치됐다는 등의 핑계로 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는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