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협상 과정에서 졸지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내놓게 된 정의당 측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사전에 정의당과 교감했던 내용”이라는 입장을 보이자, 정의당은 곧바로 “물타기 하지 마라”며 받아쳤다. 정개특위 위원장 교체 건이 범진보 진영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1일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불법적인 방식으로 합법적인 패스트트랙을 막으려 했던 개혁 대상인 한국당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는커녕 또 하나의 밀실에서 면죄부를 주면서까지 정개특위 위원장을 교체하기로 한 것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향후 이런 식의 기본원칙도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도 없이 오직 한국당의 떼쓰기에 끌려 다닌다면 개혁전선은 와해될 수도 있음을 민주당은 똑똑히 알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앞서 심 의원은 지난 29일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당 행사에서 “민주당이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을 살리고 심상정을 버렸다”며 민주당을 강하게 성토했다.
심 의원은 그 전날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정개특위·사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과 한국당이 나눠 맡기로 한 합의안을 발표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쉽게 말해 해고된 것”이라며 “이런 중대한 변화를 결정하면서 여야 4당 안에서 협의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한국당을 택하고 정의당 심상정을 버렸다”며 “민주당과 많은 공조를 한 정의당이 배신감을 많이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운영에서 여당의 ‘우군’ 역할을 하던 정의당의 반발이 거세자 민주당 지도부는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전에 (정의당과) 교감했던 내용과 이후의 반응, 이런 것이 달라서 저로서도 난감하다. 저는 어느 정도 양해가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개특위 위원장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정의당에 사전 전달한 것이 분명한가’라는 사회자 질문에 “그 분명한 문제에 대해 서로 오해가 발생하고 있어 그 문제는 추후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YTN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알기로는 정의당과 심 의원 측에 충분히 설명했다”며 “정의당 입장에서 아쉬움이 있겠지만, 이 원내대표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어서 한국당과의 합의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민주당과의 사전교감설과 관련해 “이 원내대표의 무책임한 발언은 한국당 나 원내대표와 밀실합의를 모면코자 하는 물타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 논평을 냈다.
정 대변인은 또 “여야 4당 개혁공조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한국당과 거대양당 기득권 담합으로 개혁공조를 와해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며 거듭 이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