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북·미 정상의 ‘6·30 판문점 회동’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도, 존재도 보이지 않아 씁쓸하기 그지없다”고 평가했다.
손 대표는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말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당사자인 우리의 목적이 제대로 관철되고 있는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은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 국민을 비롯해 전 세계에 평화의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반도 문제에 새로운 계기가 생긴 것을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다만 곧바로 “이런 희망적인 기대에도 대한민국 외교의 현주소를 보는 마음은 씁쓸하기 그지없다”며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이뤄진 회담에서 우리 대통령은 역할도, 존재감도 없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이 북·미 간 대화임을 강조하며 조연을 자처했지만, 결과적으로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모양새가 연출됐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홀로 남북 경계에 서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맞이했고, 남·북·미 정상이 함께 환담한 시간이 3분가량에 불과했던 점, 북·미 정상의 회담 장소에 성조기와 인공기만 걸려있었던 점, 양국 회담이 진행되던 53분 동안 문 대통령은 다른 방에서 기다려야 했던 점 등을 차례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비판하고, 최근 북한 외무성의 미국 담당 국장이 (담화를 통해) ‘한국은 빠지라’고 말한 것을 생각하면 이번 사태는 심각하게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대한민국이 배제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결과로, 또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만에 하나라도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을 우리 머리 위에 지고 살게 된다면 그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 심각히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도 이렇게 방치한 결과 일본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됐고 급기야 한국에 수출되는 일본산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보복 규제가 시작될 것이란 보도가 전해진다”며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이 외톨이가 되거나 ‘코리아 패싱’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