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속의 규칙도 저작물이므로 보호받아야 하고, 다른 게임의 규칙 등을 그대로 따르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종전에 비해 게임 관련 저작권의 보호 범위를 넓힌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모바일 게임 ‘팜히어로사가’를 개발한 킹닷컴이 ‘포레스트매니아’의 국내 유통을 맡은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금지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게임물은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이 선택·배열되고 유기적인 조합을 이뤄 다른 게임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고 있다”며 “저작물로서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의 게임물은 원고 게임물의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가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유기적인 조합에 따른 창작적인 표현형식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어 양 게임물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했다.
킹닷컴은 2014년 출시된 포레스트매니아가 1년 전 출시된 자신들의 팜히어로사가를 표절했다며 소송을 냈다. 두 게임은 똑같은 3개 이상의 그림을 연결해 사라지게 하고, 그에 따라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의 퍼즐 게임이다. 킹닷컴은 두 게임이 조합, 배치, 시각적 디자인 등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캐릭터만 다를 뿐 독창적 시나리오와 규칙을 그대로 따라 한 표절이라는 주장이었다.
1심은 “원고 게임물과 피고 게임물에 중복되는 게임 규칙은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게임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는 판단으로 킹닷컴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11억6000만원의 배상 판단을 내렸다. 반면 2심은 “명백히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거나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렸던 사안은 대법원으로 향했고, 대법원 법정에서는 공개변론이 열리기에 이르렀다. 킹닷컴 측은 해당 게임의 규칙이 보호받아야 할 저작권이라고 강조했고,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 측은 종전 오락실 게임에서도 있던 흔한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게임 규칙도 저작권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은 이번에 처음으로 제시됐다. 앞으로 게임과 관련한 표절, 저작권 이슈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