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겐 ‘양날의 칼’인 미국 방문, 현실화될까

입력 2019-07-01 08:27 수정 2019-07-01 09: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땅을 스무 걸음 밟았다. 이제 관심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 땅을 밟는 것이 현실화될지 여부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4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맞물려 있는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 땅을 밟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백악관 초청 의사를 전달한 것은 두 번째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백악관 초청 의사를 전했으며 김 위원장도 이를 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하면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을 뛰어넘는 ‘세기의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의 방미는 ‘백악관 햄버거 회동’으로 비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최초로 밟은 미국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된 것처럼 김 위원장도 미국 땅을 밟은 최초의 북한 지도자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게 미국 방문은 양날의 칼이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30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미국 땅을 밟는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체제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이는 김 위원장이 가장 원하는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북한이 독재와 인권 탄압 등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워싱턴을 무턱대고 갔다가 빈손으로 귀국할 경우 김 위원장이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백악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다면 북한 내에서 최고 존엄으로 평가받는 김 위원장의 지도력이 위기에 처하고,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김 위원장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섣불리 미국행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까지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비행기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론적으로 김 위원장의 미국 답방은 북·미 비핵화 협상 성과에 달려있는 것이다. 비핵화 협상에서 북·미 모두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얻을 경우 최종 피날레인 협정식이 워싱턴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하지만 협상의 중간 단계에서 김 위원장이 ‘워싱턴 행’을 결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미 두 정상의 파격적 행보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방미가 올해 안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P통신 등은 김 위원장이 판문점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양 방문을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판문점 회담으로 북·미 정상이 수시로 만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는 것은 큰 성과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미국을 떠나기 전 오산 공군 기지에서 “우리는 카운터파트로 (북한의) 외무성을 상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책임론으로 실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끄는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북한의 대미 협상 무게중심이 옮겨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 시점과 관련해 “아마도 앞으로 2∼3주내, 즉 7월 중순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교체 요구와 상관없이 자신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판문점 회담이 도박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도박이) 먹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