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29~30일 서울 시내에서는 반미(反美)가 아닌 ‘반(反)트럼프’를 연호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이전과 달리 미국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것을 자제하고 인종차별과 난민혐오, 기후변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정책을 비판했다. 보수단체 중심의 환영 집회도 열렸지만, 2년 전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와 달리 양측 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진보단체 50여개는 29일부터 이틀간 서울 시내 곳곳에서 트럼프 대통령 반대 집회를 열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이주공동행동 녹색당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등 시민단체들은 제각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발언을 비판하며 방한을 반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주공동행동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기조를 문제 삼았다. 이들은 2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의 아이콘”이라며 “강경한 반난민 정책으로 수많은 이주민들을 고통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이번 집회의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 포함 전 세계 극우 세력의 이민자 혐오 논리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위기를 외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도 비판 대상이 됐다. 녹색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기후악당’이라고 부르며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국가다. 지금 당장 세계기후협정(파리협정) 탈퇴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정경수 녹색당 사무처장은 “단순히 미국을 향한 분노를 드러내기보다 세계 각국이 협력해야 할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평통사는 30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미 행정부를 향해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회원 50여명은 “End Korean War(한국 전쟁을 끝내자)” “사드 뽑고 평화 심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다만 김강연 평통사 사무처장은 “2년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이번에는 평화적 조치 마련을 요구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보수단체가 주도하는 ‘친(親) 트럼프’ 집회도 이틀 연속 진행됐다. 29일 서울역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환영 행사에 약 5000명(경찰 추산)이 집결한 데 이어 이날 청계광장에는 300여명의 보수성향 시민들이 모였다. 시민들은 “땡큐 USA, 땡큐 트럼프”를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환영했다.
조민아 방극렬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