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세 정상이 1953년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이후 66년만인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데 대해 시민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러 시민이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관계 발전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날 서울역 대합실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을 생방송으로 지켜본 고성호(39)씨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판문점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일하는 홍모(55)씨는 “세 정상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믿기 힘들었다”며 “앞으로 전쟁 없는 한반도에서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문재인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영등포구 주민 문모(57)씨는 “정부가 그동안 일군 노력의 결실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이라며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이 이번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민 권용욱(42)씨는 “아쉽게도 남북 관계가 조금 경색됐다고 느꼈는데 이번 일을 기회로 양측 교류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소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다. 강남구 주민 장모(27)씨는 “사실 별 감흥이 없다. 2차 북·미 정상회담도 갑자기 중단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뉴스를 보던 최경혜(25)씨도 “이번 만남 한번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속단하긴 어렵다”며 “정상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 지난 29일부터 이틀간 서울 시내에서는 50여 진보단체가 ‘반(反)트럼프’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미국에 대한 반감 표출을 자제하고 인종차별과 난민혐오, 기후변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정책을 비판했다.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미 행정부를 향해 대북제재 해제와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회원 50여명은 “End Korean War(한국 전쟁을 끝내자)” “사드 뽑고 평화 심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강연 평통사 사무처장은 “2년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이번에는 평화적 조치 마련을 요구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민주노총, 이주공동행동, 녹색당 등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 반대 집회를 벌였다.
보수단체가 주도하는 ‘친(親) 트럼프’ 집회도 이틀 연속 진행됐다. 29일 서울역에서 열린 트럼프 환영 행사에 약 5000명(경찰 추산)이 집결한 데 이어 이날 청계광장에는 300여명이 모였다. 시민들은 “땡큐 USA, 땡큐 트럼프”를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환영했다. 2년 전 트럼프 방한 때와 달리 ‘친 트럼프’ 집회 참가자와 ‘반 트럼프’ 집회 참가자 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조민아 방극렬 박구인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