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위한 시구’…삼성SDI 직원 400명 야구장 찾아

입력 2019-06-30 17:22

지난 2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즈 경기에는 한 노부부가 시구·시타자로 등장했다. 주인공은 삼성SDI에서 근무하는 김광일 프로의 아버지 김문수씨와 어머니 이희례씨. 일반인이 시구와 시타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는 드문 모습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부부가 시구·시타자로 나선 건 삼성SDI가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SDI인의 날’ 행사를 기획하면서다. 삼성SDI는 특별 이벤트로 임직원 부모를 시구 및 시타로 내세울 수 있는지를 삼성라이온즈에 문의했다. 주인공을 어떻게 선발할지 고민하다가 사연을 모집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뽑힌 주인공이 전자재료사업부 김광일 프로의 부모님이다.

김광일 프로는 지난 2010년 삼성SDI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고 누구보다 기뻐했던 부모님을 떠올리며 본인의 사연을 작성해 나갔다. 입사 후 결혼과 출산 등 기쁜 일만 가득했던 김 프로의 일상은 지난 2017년 어머니 이희례씨의 폐암 판정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허리가 아프다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찾은 김 프로는 암 전이로 인한 통증이라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김 프로는 고생할 어머님 생각에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구미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 프로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말을 이용해 대구에 있는 부모님을 문병하는 것이 전부였다. 어머니 병 간호를 아버지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던 김 프로는 라이온즈 팬인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야구장에서 직접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어 시구·시타 사연에 응모하게 됐고 그 소망이 이루어졌다. 김 프로는 삼성 라이온즈 팬인 부모님이 시구·시타 주인공으로 선정 된 소식만으로도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보고 함께 기뻤다고 한다.

삼성SDI는 이날 행사를 위해 400여석의 테이블 석을 확보하고 도시락, 치킨 등의 음식과 삼성 라이온즈 기념품을 임직원들에게 나눴다. 또 야구장을 찾은 임직원 부모 전원에게 홍삼세트를 선물하고 라이온즈파크 전광판에도 ‘삼성SDI인의 날’을 알리는 문구를 노출했다.

삼성SDI 구미사업장장 조정용 상무는 “창립기념일을 맞아 임직원들과 기쁨을 함께하고 싶었다”며 “특히 시구·시타자로 나서게 된 김광일 프로 부모님께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조금이라도 힘을 얻어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 2015년부터 구미사업장 임직원 복지를 위해 라이온즈파크 내에 지정석을 운영 중이다. 테이블 좌석을 비롯해 실내 휴식공간과 테라스식 관람석이 합쳐진 스윗박스석을 삼성SDI 임직원 전용으로 임대했다. 라이온즈파크 내 삼성SDI 지정석은 임직원들의 높은 만족도를 바탕으로 지속 운영될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