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법남녀‘가 보여준 시즌제 해법 “장점은 살리고, 군더더기는 쳐내고”

입력 2019-06-30 16:53 수정 2019-06-30 17:14
드라마 '검법남녀'(MBC) 캡처.


장점은 살리고 군더더기는 과감히 쳐냈다. 이전 시즌에서 한 단계 진화한 모습으로 돌아온 ‘검법남녀2’(MBC) 얘기다.

검법남녀는 법의관 백범(정재영)과 검사 은솔(정유미)의 공조 수사를 담은 의학 수사극이다. 첫 시즌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기대작은 아니었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며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최종회 9.6%(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깜짝 흥행했다.

배우들의 호연에 더해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극본과 속도감 있는 연출이 바탕이 됐다. 이번 시즌은 매력을 더 극대화한 모습이다.


드라마 '검법남녀'(MBC) 캡처.


인물들의 전사(前史)는 과감하게 생략했다. 극의 리듬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서다. 사건 발생과 해결의 전 과정을 옴니버스식으로 2~3회 안에 마무리 지어 집중력을 높였다. 전 시즌에서 이질감을 자아냈던 인물들 간 멜로도 상당히 쳐냈다.

여러 방법으로 몰입을 유도하는 극본이 눈길을 끈다. 최근 이슈인 마약 범죄는 물론 유산 분쟁 등 일상적 소재들이 극을 메운다. 또 카메라 앵글 곳곳에 단서들을 뿌려놔 추리의 맛을 살렸다. 시퀀스 속 페트병 하나, 건물 간판 하나가 이후 사건 해결의 핵심 실마리가 되는 식이다. 난해한 법의학 용어들을 풀어주는 법의조사관 장성주(고규필) 등 인물의 해설 격 대사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소다.

무엇보다 극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시청자들에게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극은 정의로움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다. 범죄 해결에 열정적인 형사부 검사 은솔이 표면적이라면 백범은 근본적이다.


사진=MBC 제공


백범은 증거 수집을 위한 부검에 병적으로 집착한다. 거짓이 넘치는 시대에 백범은 언제나 끈질긴 태도로 진실을 밝혀내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가 사건을 해결할 때 장르적 쾌감은 배가 된다. 배우 정유미가 지난 제작발표회 당시 “요즘은 진실과 정의에 대한 갈망과 갈증이 많은데, 우리 주인공들이 그런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말했던 것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다만 냉소적인 법의관과 열정적인 검사 등 인물들의 행동이 평면적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사건이 오리무중에 빠지고 부검을 통해 진실이 밝혀진다는 얼개가 반복되는 탓도 크다. 지금까지는 시청자들의 예상 딱 반보 앞에서 스토리를 비틀며 장르적 묘미를 선사해왔다. 5%에서 8%대까지 오른 시청률이 이를 보여준다.

노도철 PD는 “시즌2가 좋은 결과를 얻어 시즌3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지금껏 보여준 극본과 연출의 치밀함을 끝까지 이어간다면 MBC 첫 시즌제 드라마의 안착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