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개밥 주다 허가취소된 경비업체… 법원은 업체 손들어줬다

입력 2019-06-30 16:09
뉴시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택에서 일하던 경비원들이 애견 관리 등 잡일을 도왔다는 이유로 이 경비업체의 허가 자체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경비업체 A사가 서울경찰청을 상대로 “경비업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2014년부터 조 회장의 사택을 경비하던 A사의 경비원들은 4년 넘게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집안일을 해야 했다. 강아지 산책과 배설물 청소, 정원 흙 고르기, 쓰레기 분리수거, 사택 외곽 청소 등 온갖 허드렛일이 이들의 몫이었다. 일부 경비원은 관리소장에게 부당함을 토로했지만 매번 묵살당했다.

경비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지난해 조씨 일가에 대한 내부고발이 잇따르던 시점이었다.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36)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 이 전 이사장의 ‘갑질 폭행’ 논란에 이어 지난해 5월 “조 회장 부부가 대한항공 회사 경비를 노예로 부렸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사택 경비원들이 수년간 연차휴가도 쓰지 못하고 폭언과 갑질에 시달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갑질 논란과 별개로 ‘경비업체가 허가받은 경비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경비업법 규정이 문제가 됐다. 수사에 착수한 서울경찰청은 이 규정을 근거로 지난해 8월 A사에 대한 경비업 허가 처분을 취소했다. 하지만 A사는 경비원들이 조 회장 부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며 소송을 냈다. 주도적으로 경비 이외의 업무를 시킨 게 아니라는 항변이었다.

재판부는 “업체가 경비원들에게 이런 업무에 종사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A사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봤다. 관리소장이나 경비지도사가 경비원들이 처한 현실을 별도로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사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은 인정되지만, 그런 과실만으로 경비업 허가 전체를 취소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결론지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