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불안한 ‘휴전’ 선언…미 정치권 “중국 견제할 우리 능력 훼손” 반발

입력 2019-06-30 15:56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가관세 부과 중단 및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함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판매를 허용하고, 중국 학생들의 미국 유학도 환영한다며 제재 완화를 시사했다. 그러나 이미 부과된 관세 등 기존 무역전쟁 구도는 변함이 없고, 양측의 입장차로 인해 무역협상 타결도 쉽지 않아 휴전 상태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 미국에선 회담 결과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제이 티몬스 전미제조업협회(NAM) 회장은 29일(현지시간)“우리 제조업체들은 무역전쟁이 아닌, 무역협상을 줄곧 주장해왔는데 이번 회담에서 그런 목표에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마이론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부의장은 “미국 정부는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중인 관세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화웨이 문제는 우리가 가진 몇 안 되는 강력한 수단”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선다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변화시킬 우리의 능력을 급격히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화웨이 제재’를 흥정의 수단으로 쓴다면 우리는 입법을 통해 제재를 원상복구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은 새로운 대중 관세 부과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양국 무역대표단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이는 중미 양국과 국제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측의 휴전에도 불구하고 기존 무역협상의 핵심 쟁점은 별다른 변화가 없어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무역전쟁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무역협상의 실마리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법률개정 약속을 합의문에 명기하느냐에 달려있다. 미국이 강력하게 요구해 중국은 이를 수용하는 듯 하다 막판에 거부를 해 판이 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중단했던 지점에서부터 중국과 협의할 것”이라며 ‘법률 개정’ 명기가 협상 재개의 출발점이란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중국은 다른 나라가 법률 제정을 강요하는 것은 굴욕적인 내정간섭이자 주권침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칭화대 경제학과 주닝 교수는 “중국은 주권을 양보하거나 나약함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담에 대해 “근본적인 분쟁 해결을 위한 어떤 주요 돌파구 신호도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를 언급한 것도 립서비스에 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들이 계속해서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커다란 국가 안보 문제가 없는 설비”라고 밝혔다. 하지만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질문에는 “곧 회의를 열 것”이라면서도 “상황이 매우 복잡해 이 문제는 끝까지 남겨두겠다. 무역협상의 진전을 보자”고 했다. 무역협상에 화웨이 카드를 연계시기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 학생들은 뛰어나고 엄청난 자산이다. 나는 늘 중국 학생이 미국에 유학오는 것을 환영했다”며 “중국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범 정부적으로 중국인 학자와 유학생들을 규제하고 있어 실제 분위기가 바뀔 지는 미지수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미·중 어느 쪽도 양보할 준비가 안돼 있어 이번 휴전은 광범위한 전선 가운데 한 곳의 휴전일 뿐”이라고 말했다. 로라 로젠버거 전 미 국가안보회의(NSC)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제스처는 동맹국들을 미국 편에 서도록 했던 노력을 심하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