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연장전, 코파 아메리카 재미 반감시켰나?

입력 2019-06-30 15:22
페루 축구대표팀 골키퍼 페드로 가예세가 30일 2019 코파아메리카 8강전 승부차기에서 루이스 수아레스의 슛을 막아내고 있다. 게티이미지

2019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는 승부차기의 연속이다. 8강 토너먼트에서 살아남은 4개국 중 3팀이 승부차기를 통해 살아남았다. 정규시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곧바로 승부차기로 향하는 규정 때문이다. 90분 동안 승부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면 주어지는 연장 30분은 오직 결승에서만 허락된다.

코파 아메리카는 2011년 대회를 마지막으로 연장전을 폐지했다. 선수의 피로도를 줄여 경기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유럽에서 막 시즌을 끝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을 배려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유럽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역시 유럽과 비슷하게 8월 중순에 리그를 시작해 6월 이전에 끝마친다.

하지만 사라진 연장전이 경기의 재미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번 대회가 특히 그렇다.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 경기 집중력을 높인다면 더욱 공격적인 축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잇따라 승부차기로 생존팀을 가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브라질, 칠레, 페루가 승부차기에서 살아남았다. 각각 파라과이, 콜롬비아, 우루과이를 꺾었다. 단 한 번 실축이 팀의 운명을 가르게 된 셈이다.

우루과이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나히탄 난데스가 30일 페루와의 2019 코파아메리카 8강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루이스 수아레스를 위로해주고 있다. 게티이미지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를 띄는 팀들은 사라진 연장전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90분만 버티면 승부차기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파라과이는 한 명이 퇴장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을 꺾기 위해 수비 일변도로 경기에 임했다. 페루 역시 우루과이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고 정규시간을 0대 0으로 끝마쳤다. 사라진 연장전이 전력상 열세인 팀들을 더욱 수비적으로 변모시킨다는 분석이 일고 있는 이유다. 공격의 완성물인 득점이 터지지 않다 보니 관중들의 흥미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력상 우위에 있다고 평가되는 강팀들이 뜻밖의 일격을 맞게 될 소지가 높아졌다.

4강 대진표가 완성되며 팀 간 전력 차이는 더욱 줄어들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칠레와 페루가 준결승전을 치른다. 또다시 승부차기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3~4일 간격으로 대회가 치러지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 역시 상당하다. 섣불리 공격적인 축구를 하기가 힘들다. 결국 골키퍼와 키퍼의 집중력이 좋은 팀이 결승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