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공격수 리오넬 메시를 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019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에서 딱 한 골을 얻어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동료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것으로 개인 기량에 의한 실질적인 득점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시즌 소속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즌 50골을 득점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초라해 보이는 수치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메시가 보여준 퍼포먼스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아르헨티나가 극적으로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29일 베네수엘라와의 대회 8강전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조별리그 첫 두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하며 어수선했던 초반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브라질을 꺾는다면 코파 아메리카에서 3년 연속 결승 무대를 밟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메시의 침묵은 이어졌다. 득점기회를 놓쳤던 탓도 있지만 소속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와 달리 직접 골망을 향해 직접 슛을 날리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와 공을 받는 일도 많아졌다. 아르헨티나는 스타 선수들이 다수 포진된 공격진과 달리 허술한 후방 빌드업이 약점이라고 지적받는 팀이다. 메시의 위치가 내려간 것 역시 중원 장악력에 더 힘을 쏟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료인 앙헬 디마리아는 비난받는 메시를 감싸 안았다.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 후 현지 매체를 통해 “메시는 정말 잘하고 있고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단순히 득점 수로만 메시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메시가 공격 포인트보다는 아르헨티나의 승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 역시 위축된 메시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그는 라커룸 내에서부터 엄청난 공헌을 하고 있다”며 “그라운드 위에서 팀원들을 향한 메시의 희생은 정말 대단하다”고 옹호했다. 메시가 그라운드에서 주장 완장을 찼을 뿐 아니라 정신적 지주 역할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칼로니 감독의 발언으로 봤을 때 대표팀 내에는 메시를 향한 절대적인 신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의 다음 상대는 남미축구의 쌍두마차로 함께 불리는 브라질이다. 다음 달 3일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브라질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브라질에 대한 메시의 기억은 좋지 않았던 적이 더 많았다. 메시는 국가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2005년 이후 브라질과 아홉 차례 맞붙었다. 전적은 3승1무5패. 절반도 훨씬 못 미치는 승률이다. 같은 기간 메시 없이 브라질과 싸웠던 아르헨티나는 1승2무3패로 더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현지 도박사들은 브라질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치고 있다.
영웅은 난세에 출현하는 법이다. 메시가 브라질을 꺾고 3년 연속 팀의 결승행을 견인할 수 있을까. 대표팀 우승이 없다는 것은 메시의 선수 경력에 남은 유일한 오점이다. 자신의 오점을 씻어내며 아르헨티나의 영웅으로 거듭날지, 대표팀에서 유독 부진하다는 지금과 같은 비난을 계속 받게 될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