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풍등 날려 고양 저유소 화재 낸 외국인 실화 혐의 적용

입력 2019-06-30 13:54
지난해 10월 7일 오전 풍등으로 인해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지하 탱크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풍등을 날려 경기도 고양 저유소에 불을 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검찰이 실화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에 적용한 중실화 혐의에 대해 검찰은 풍등을 날린 행위만으로는 중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인권·첨단범죄전담부(이문성 부장검사)는 실화 혐의로 스리랑카인 A씨(27)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7일 오전 10시30분쯤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인근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풍등에 불을 붙여 날려, 저유소 잔디밭에 떨어진 풍등 불씨가 건초에 옮겨 붙었고 유증기를 통해 탱크 내부로 옮겨 붙으면서 불이 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화재로 저유탱크 4기와 휘발유 등 11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검찰이 이날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A씨가 풍등을 날린 행위와 풍등이 저유탱크 근처로 낙하하는 것을 본 행위만으로는 A씨에게 중실화죄에서 요구되는 중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중실화죄의 점은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당시 A씨가 이 부분을 목격한 점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며 중과실이 인정된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중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로 “만약 A씨가 풍등의 불씨가 건초에 옮겨 붙어 저유탱크 쪽으로 건초가 연소되는 것을 보았음에도 119신고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화재 확대에 관한 중과실이 인정될 여지가 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CCTV 및 3D스캔 자료에 대한 감정결과 등에 의하면 A씨가 풍등이 저유탱크 주변 잔디밭 방향으로 낙하 중인 것을 본 것 외에 풍등의 불씨가 건초에 옮겨 붙은 것을 보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결국 A씨에게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A씨가 건조한 가을 날씨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인 산림지역에서 비정상적으로 떨어졌던 풍등에 불을 붙여 날릴 경우 불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낙하할 가능성이 있고, 그 장소에 풍등이 떨어진 것을 봤다면 상황을 확인하고 119신고 등 별도의 조치를 해야 했지만 별도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실화 혐의를 적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중실화 혐의로 기소돼 형이 확정될 경우 3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하지만, 검찰이 A씨에 대해 실화 혐의만 적용해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됐다.

또한 검찰은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지사장 B씨(52), 안전부장 C씨(56) 등은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B씨와 C씨는 손상된 인화방지망을 유지보수하지 않고 제초작업 후 건초를 저유탱크 주변에 방치한 혐의가 인정됐다.

C씨는 점검표 허위 기재, 주식회사 대한송유관공사는 소속 직원들이 저유탱크 등에 대한 정기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양벌규정에 의한 위험물안전관리법위반죄가 적용됐다.

또 2014년 당시 저유소 등급심사 및 시정명령을 담당했던 고용노동청 전 근로감독관 D씨(60)에 대해서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가 인정돼 기소했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