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이 하루 만에 180도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을 제안하며 “오늘 아침에 생각했다”고 말했지만, 다음날엔 “오랫동안 계획했다”고 했다. 비무장지대(DMZ) 북·미 정상회동 제안이 즉흥적 이벤트로 연출됐지만 수일 전부터 구상해왔다는 현지 언론보도도 나왔다. 극적 효과를 위한 이벤트적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트위터에 “DMZ에 갈 것”이라며 이번 일정이 “오랫동안 계획된 것”이라고 썼다. 전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DMZ 회동을 제안하며 “오늘 아침에 생각한 것”이라고 말한 것과 180도 달라진 발언이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29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앞선 인터뷰에서 DMZ 방문 때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더 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DMZ는) 내가 방문할 장소 중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제안한다면 그곳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다. 그렇다I(I might, yeah)”이라고 답했다.
더 힐이 공개한 영상에는 해당 발언은 포함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대해서만 문답이 오갔다. 더 힐은 대통령 일정이 공개 시 보안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백악관의 비보도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으로 DMZ 회동 제안이 공개되자 비하인드 스토리를 뒤늦게 밝힌 것으로 보인다.
북·미 DMZ 회동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 사이에서도 극소수에게만 공유됐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제안은 아시아 외교단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에게도 “허를 찌른 것”이었다고 전했다. 미 CNN방송도 당국자 대부분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본 뒤에야 DMZ 회동제안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즉흥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