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식용견 집결지였던 부산 구포개시장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반려견 복지시설이 들어선다. 구포개시장은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대구 칠성시장과 함께 국내 3대 개시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6·25전쟁 이후 들어서 70년 가까이 보신탕용 개를 사고파는 시장으로 동물애호가와 동물복지에 관심이 높은 시민들의 항의를 받아왔던 곳이기도 하다.
부산시는 민선7기 출범 1년을 맞이하는 오거돈 시장이 7월 1일 구포가축시장 폐업을 위한 협약식을 갖는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업소들은 협약식 이후 살아있는 동물을 도축하거나 전시하지 않으며, 10일 이내에 영업정리 등을 마무리 하고 7월 11일 전원 폐업하게 된다. 개시장의 완전폐업은 전국 처음이다.
협약식은 구포동 도시농업지원센터에서 오 시장, 정명희 북구청장, 전재수 국회의원과 가축시장 상인 및 동물보호단체 회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협약식 후 구조된 동물들을 동물보호소로 보내는 환송식이 이어진다.
구포가축시장은 6·25전쟁 후 형성되기 시작해 한때 100여 곳의 업소가 성업해왔다. 전국적으로 보신탕에 쓰일 식용견을 사러오는 상인들과 견사에서 집단 사육한 개를 파는 업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반려견 문화가 일반화하기 시작하면서 동물보호단체와 동물복지활동가들의 항의와 집회가 끊이지 않았다. 점점 쇠락해 현재는 19개 업소만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해마다 삼복(三伏)때가 되면 동물보호단체에서 시위를 벌여 상인들과 심한 마찰을 빚었다.
민선7기 출범 후 오 시장은 생명중심, 민관협치의 원칙 속에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고, 지난해 10월 구포가축시장 정비방안 마련 후 가축시장 상인들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상생방안을 모색, 합의안 마련에 성공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가축시장 부지(3724㎡)는 주차장으로 조성하고, 나머지 공간은 주민쉼터, 소규모 광장 등으로 조성해 휴게공간 부족 등 주민 불편을 해소할 계획이다. 또 반려견 놀이터와 동물복지시설 건립도 계획돼 있다.
폐업하는 점포 19곳은 상가 준공 시까지 점포당 매월 313만원씩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한다. 또 상가 준공 다음달부터 10년 간 점포 임대료 대출 이자, 인테리어 비용 등 명목으로 월 30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이밖에 새로 들어설 상가에 입점한 기존 상인들에게는 5년 단위로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는 조건으로 최대 20년까지 임대를 보장하는 등 상생방안을 마련했다.
오 시장은 “민선7기 출범 후 오로지 생명중심, 민관협치의 원칙 속에 시민 여러분과 함께 노력한 쾌거”라며 “동물복지의 세계적 상징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구포가축시장의 전면 폐업 합의를 환영하며 이번 합의가 전국 개시장 폐쇄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성남 모란시장과 대구 칠성시장은 여전히 식용견이 거래되는 전국도매시장으로 성업 중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상인들 간의 보상방안 합의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